그저 평범한 종이 뭉치에 그칠 수도 있었던 그것들은,
하나의 제목 아래 엮인 뒤 '이야기'를 갖게 됨으로서 그 이상의 엄청난 의미를 부여받게 되었다.
누군가를 울릴수도, 웃게할수도 있는 힘.
때로는 그 이야기에 공감하고 또 다른때는 기이하다고 여기며, 순식간에 그 속에 몰입하게 만드는 강력한 힘.
오랫동안 한 책 속에서 위치를 옮겨가며 끼워져있던 책갈피가 마침내 종이 사이 틈에서 빠져나올 때
아무것도 끼워두지 않은 책을 조심히 닫고는
좀전까지 마지막 문장을 어루만지고 있던 책갈피의 빈 손을 맞잡은채, 나는 그 여운을 천천히 곱씹겠지.
내가 펼쳐들었던 세계가 마침내 끝이 나고, 다시 덮이는 그 때
여전히 내게 남아있는 그 무언가를 더듬으며
나는 다시 책을 갈망하게 된다.
언젠가 읽었던 문장들이 내 마음속에 박혀있다가,
서서히 혈액으로 녹아들어가 심장이 뛸 때마다 온몸으로 퍼져가는 그 감각.
주인공의 생각이, 작가의 생각이 나의 생각이 되는 그 오묘한 관계.
그것을 잊지 못해서,
나는 다시 책을 펼쳐든다
(사진 출처: 핀터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