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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일찍이 져버리는 겨울
안온한 주말 저녁날에 문득
익숙하다 못해 지겨울 지경인 집안을
낯선 손님의 시선을 하고 스윽 훑어보다가
산 너머로 숨어든 태양을 따라
서서히 지워져가는 하늘의 빛깔처럼
이유 모를 공허함이
차오르듯
지워지듯
밀려들어
ㅣ
홀로 몸을 떨던 어린날의 순간이여
이곳을 떠날 날이 언젠가
반드시 오고야 말것이란
그 막연한 사실을 언뜻 실감하며
얕은 꿈속에서 한없이 깊은 곳까지 떨어지는 듯
선득한 감각에 나는 연신 몸을 떨었다
늘 박차고 나가고 싶어하면서도
막상 훌훌 떠나기엔 두려운
새 두 마리가 뒤엉키고 뒹굴며 성장한
온기와 아늑함이 머무는 나의 둥지여
나는 얼기설기 엮어진 나뭇가지 사이를 파헤쳐
내가 깨고 나온 알 껍데기 조각을 찾아보려한다
그게 아니더라도, 이제는 내 육체에 돋지 않을
깨끗하고 보드라운 솜털깃 하나라도 나오려나-
그렇게 생각하며 둥지 사이를 뒤적거렸다
그러나
그러나 나는 결국 그중 하나도 찾아내지 못했다
그러나
찾으려고 찾으려고 그렇게 애를 쓰던 때에는
도무지 눈에 들어오지 않던 그것들은
먼 옛날 가장 즐겨읽던 책의
가장 손때묻고 바래고 구겨진 페이지 사이에서
이 순간을 위해 오래도록 숨겨둔 보물처럼
언젠가 친구들과 땅에 묻었던 타임캡슐처럼
때맞추어 다시 내게로 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