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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은 아버지이다

by 목소빈 Mar 1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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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 한 칸 속에 무엇이 있다고,

문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려 하는 눈 없는 어둠에


보이지도 않으면서 무슨 이유로 이곳에 들어오려 하느냐고

나는 물었다


나의 말이 끝나자

마치 고개를 푹 숙인 것처럼 더 고요하고 짙은 빛을 띠는 어둠

나는 그가, 눈뿐이 아니라 입도 없어서 그 이유를 말할 수 없다- 고,

그렇게 말하려 했을 것이라 추측하며 그의 움직임을 묵묵히 지켜보았다


어둠의 숨소리가 점차 거세어진다


어둠은 비록 눈도 입도 없지만 코와 귀만은 생생히 살아있다

어둠의 숨소리는 꼭, 아버지의 지친 코골이와 닮았다

숨소리가 더더욱 고조되고 더 빨라지다가,

그 소리가 스스로의 잠든 귀에까지 들려올만큼 커지는

어느 순간 풍선이 터지듯 화들짝 놀라며 잠에서 깨어나는 아버지의 코골이와.


놀란 마음을 진정시켜주며 이불을 덮어주고

볼에 살며시 입을 맞춰주고픈 아버지의 자는 모습같기도 하고

나를 아늑하고 안온하다고 느끼게끔 해주는 점도 같다


그래 어둠은 아버지다


실은 눈이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앞만 보고 분주히 달려나가야만 했던

안쓰럽고 고독한 경주마같은 아버지다


입이 없는것이 아니라 그저 바깥세상에서 겪었던 고초를

집에 쏟아놓고 싶지 않았던 아버지다


어둠은 그래 아버지다

그 어둠덕에 우리는 빛이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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