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도시를 걷고 있으면
물먹은 수국 꽃잎 내음 사이로
매캐한 연기 냄새가 불쑥 고개를 디민다
꽃이 다 지고 남은 아카시아 초록 풀내 가운데
길가에 버려진 골판지 상자 냄새
높고낮은 새의 노랫소리를 끊어놓는
육중하고 요란한 바퀴들의 구르는 소리
쾌활하고 가벼운 아이들 발걸음 속에 섞여든,
성년을 앞둔 자들의 세상을 짊어진 듯 무거운 걸음
초록이 안고있는 능소화 다발다발 지나치면
조금씩 익어가는 새까만 아스팔트 도로
초록빛 땅과 하늘과 공기는 어디로 갔는가
투박하고 각진 회색에게 먹혀버린 도시에서
그나마 남아있는 싱그러움마저
결국 휘발되어 가는가
덮이고 지워져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