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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ill life

by 목소빈

찬란하게 봄을 사랑했다

꽃잎을 바닥에 한껏 흩뿌려 가며

향긋한 꽃가루를 실은 봄바람이 코끝을 간질이듯

애틋한 장난을 주고받곤 했던 우리


고열의 여름을 앓았다

끓어오르듯, 넘치려 했던

푸르고도 뜨거운 별빛에 녹아든

둘만의 속삭임과 노래를

나뭇잎이 소근소근 따라했던 그 날들


쓸쓸하게 가을을 써냈다

열렬했던 노래가 멎고,

절대로 식지 않을 것 같던 너의 마음도 식어서

날마다 싸늘해져 가던 네 뒷모습은

여름의 그것처럼 멀게만 느껴졌기에

차마 다시 붙잡을 수 없었다


달력처럼 하얀 겨울을 찢어내며

쌓인 눈을 꼭꼭 뭉치는 대신

발로 힘껏 차서 공중으로 날려본다

위태롭게 얽혀있던 순백의 눈송이는

어쨌거나 금방 더렵혀지고 녹을 거라고,


이렇게나 추운데 봄이 올까

아마 다시는 오지 못할 것 같다


생각하다가도

눈물 젖은 얼굴을 슬그머니 들어보면

또 암향이 은은히 공기중에 맴도는 것이다


계절을 따라 자라나며,

그렇게 한참을 사는 것이다


아팠던 계절을 아름다운 계절로 잊어가며

시간이 흘러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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