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영운 May 06. 2024

나도 한 표 _ 인류의 종말은 투표로 결정되었습니다

누구 맘대로 정하지?


위래    _ 죽이는 것이 더 낫다


유권조 _ 침착한 종말


이아람  _ 캐시


김도연 _ 시네필(들)의 마지막 하루 


천가연 _ 멸망을 향하여 


백승화 _ 가위바위보 세이브어스




책을 읽기만 해도 살인마가 된다면?


인공지능이 인류의 소거를 결정하다면?


미래를 예지하는 이의 눈에  종말의 미래가 비친다면?


종말이 예고된 날 갑자기 보고 싶은  영화가 있다면? 




종말의 풍경을 저마다의 시선으로 담아낸 단편 앤솔러지.  (책 뒤표지 내용 中)




<인류의 종말은 투표로 결정되었습니다>는 6인의 작가가 각자의 시선으로 써 낸 종말에 대한 이야기다. 다양한 종말에 대해 인류가 어떤 방식으로 종말을 대하는지에 관해 쓰여있다. 난 종말론자는 아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처음 제목을 봤을 때 인류의 종말을 투표로 결정한다고? 그렇다면 나도 그 인류 중 한 사람인데 나에게도 투표권이 주어지는 걸까 하고 생각하게 됐다. 내 종말을 적어도 내 동의 없이 진행하는 건 안되지 하면서.




 종말론은 그 옛날부터 인류의 화두였다. 종말론은 영화, 책, 드라마,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 단골 소재로 쓰이고 있다. 여러 가지 원인으로 종말이 이야기되고 있는 데 세 가지 정도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일 것이다. 첫 번째는 외계인 침공설. 두 번째는  A.I 또는 기계가 인류를 잠식한다는 설. 세 번째는 지금 살고 있는 누구도 부인 못할 자연 재해설 등이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수많은 지구 종말의 이야기가 떠돌고 있다.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도 종말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조금은 이기적으로 내가 살아 있을 때 만은 아니길 바랄 것이다.




여섯 편의 작품을 순서대로 읽으면서 종말론자가 아니더라도 종말이라는 대전제 앞에 마음이 무거워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각각의 상황에 나를 대입시켜보기도 했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책을 끝까지 읽고 나서 판도라의 상자 이야기가 떠올랐다. 온갖 재앙과 악이 퍼지고 난  마지막에 희망이 나온다는 이야기 말이다. 그나마 마지막에 웃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세계는 살해주의자들의 뜻대로 인류 멸절의 길로 향하고 있다. (p24)


그리고 투표에 따라 인류는 종말을 맞았다. (p75)


종말의 날은 오래지 않아 다가왔지만 그건 빠르지도 공평하지도 않았다. (p126)


하늘이 붉게 물들고, 세상 모든 거리는 레드 카펫으로 변했다. 그리고 모든 것이 조용해졌다. (p190)


이 세계가 모두 소멸되고 끝내 나까지 사라졌을 때, 만약 이 글만은 사라지지 않아서 누군가가 발견한다면, 이곳에 우리가 있었다는 걸 알아주길 바란다. (p232)


세상을 구하는 순아의 가위바위보가 우주 저 멀리로 쏘아 올려졌다. (p270)


이 위성은 현재 'SoonA-0303'으로 개명되었으며, 흐릿한 사진속에는 가위 모양의 달과 주먹처럼 둥근 지구의 모습이 나란히 담겨 있다. (p271)






마지막 이야기에서 흔하고 하찮기까지 한 '가위바위보'가 인류를 구한다니 뭔가 찡했다. 별거 아닌 것이 세상을 멸망시킬 수도 있고 구할 수도 있다니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공기처럼 공짜로 마음껏 쓸 수 있는 것이 사라진다면 인류 멸망은 고사하고 당장 내가  위태로워질 것이다. 인류의 종말이란 결국 나의 죽음과 연결시키게 된다. 내가 죽으면 인류가 종말을 맞든지 말든지가 될 수 있다. 왠지 종말에 관한 책을 읽고 나니 열심히, 힘차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대표 인류이니 오늘도 후회없이 살아보자."




 







작가의 이전글 이런 사랑 _ 대도시의 사랑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