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론 성취가 많았던 한 해였던지라, 기분 좋은 연말이었지만……. 사회적으로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도 있고, 너무 슬프고 안타까운 일도 발생했다. 뭐랄까. 개인으로서 느끼는 연말과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느끼는 연말의 차이가 큰 느낌.
개인으로서는 늘 그렇듯, 앞만 보고 달려 나가고 있다. 하루하루 꾸준하게 열심히 하는 것. 이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성과가 나고 있다. 2년만 기다려라. 부끄럽지 않은 노력을 퍼부어주마. 어쨌든 나 개인, 웹소설 작가로서는 나름 계단을 밟아가고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뭐랄까? 병들어가는 느낌이다. 물론, 주변 사람들은 아니지만, 인터넷 SNS상에서 말이다. SNS를 많이 하는 건 아니지만, 댓글 창 잠깐만 봐도 편 나누고, 서로 갈라치고, 헐뜯는 걸 느낀다. 혹시 영화 댓글부대가 실존하는 것인가? 그런, 합리적인 의심도 든다. 기준을 세운 뒤 이렇다 저렇다 하는 것들에서 진절머리가 날 무렵. 호도하고 선동하는 것들을 구별하는 통찰에 관한 글을 쓰려했다. 하지만……, 관뒀다.
연말에 추천받은 책.
레프 톨스토이의 단편집이 내 마음을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처음 제목을 읽고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는 의, 식, 주.
나 T인가? 하지만, 책을 가만히 읽어보니 좀 더 깊이 있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레프 톨스토이 만세).
이야기의 주인공은 구두 장인 시몬과 그의 아내 마트료나. 이들은 가난하고, 춥고, 어려웠다. 또한, 이들은 자신을 희생하여 남을 돕기를 좋아하는 그런 영웅적인 사람도 아니었다. 그저 평범한, 아니…조금 모자란 소시민.
하지만, 이들은 곤경에 처한 이들을 불쌍히 여길 줄 아는 사람들이었고, 강퍅한 마음을 돌이킬 줄 아는 사람이었다.
평범한 두 사람이 마음을 돌이키는 지점.
그것이 내 심장과 마음을 울린다.
곤경에 처한 사람을 보면,
대부분 두 가지 마음을 품을 것이다.
측은지심으로 시작되는 사랑.
현실의 냉혹함으로 비롯되는 이기심.
이야기를 읽으며, 주인공 부부가 전자를 택했음에 감탄했다.
그리고, 두 사람이 깨달은 사실을 나도 깨달았다.
사람 안에는 무엇이 있는가?
자비, 사랑.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은 건 무엇인가?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낼 능력을 허락받지 못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스스로 자신을 보살피는 게 아닌 타인의 사랑 덕분에 산다.
어찌 보면 뻔한 교훈.
하지만, 짧은 단편에서 오는 교훈의 깊이는 깊다.
분명 어릴 적 읽은 내용이었는데,
지금 다시 보니 더 감동적인 건 왜일까.
나이를 먹을수록 현실과 이상 속에서 줄타기 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하지만, 위의 단편 소설은 그 가운데서 내가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되짚어 준다. 고로, 25년은 모두 사랑을 주고받으며 행복한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PS) 톨스토이 단편 꼭 읽어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