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겨진 마음으로 살다 보니 이러다 삶도 구겨질 것 같아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어떻게든 구김살을 펴야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 만난 책 한 권이 있다. <커피 셀프 토크>. 마침 속해 있는 커뮤니티에서 원서 읽기 모임을 오픈한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신청했다. 원서와 번역서를 모두 구입하고 매일 정해진 분량을 읽었다. 기적같이 하루가 달라졌다. 생각이 바뀌니 하루를 대하는 태도가 변하기 시작했다.
커피 셀프 토크에서는 하루에 커피 한 잔 마시는 딱 그만큼의 시간을 매일 투자할 것을 이야기한다. 원하는 삶과 되고 싶은 나의 모습을 넘어 잘못된 습관을 고치는 것, 건강 관리, 등 삶의 전반에서 내가 이루고 싶은 것들에 모두 적용이 가능하다는 저자의 설명이 호기심을 갖기에 충분했다.
조금 더 저자의 설명을 보태 보자면 커피는 하나의 스위치 같은 역할이다. 매일 반복적으로 커피를 마실 때마다 셀프 토크 문장을 반복적으로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커피를 마시기만 해도 자동으로 되뇌어진다고 한다. 여기에 자신의 기분을 한껏 끌어올려 줄 수 있는 감정의 단어를 더해주거나 이모티콘을 추가하면 효과가 더 높아진다.
무력감에 젖어 살았을 때를 돌아보면 거울을 봐도 우중충하고 목소리도 선명하지 않아 대화 중에 상대방으로부터 '응?' '뭐라고?'라는 식의 반응을 자주 들었던 기억이 난다. 멍하니 시간을 흘려보내는 날이 계속되면서 점점 보이지 않는 늪에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마음은 그렇게 병들어갔지만 티 내고 싶지 않아 매일 커피 한 잔은 했다.
커피 셀프 토크는 어쩌면 운명과 같은 만남인지도 모르겠다. 직장인도 아닌 나에게 커피는 생명수와 같아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한 잔 이상을 꼬박 마셨는데, 그 시간에 나를 살릴 수 있다는 건 실로 획기적이지 않은가.
그때부터 좋아하는 머그잔에 커피를 가득 담아 책을 읽었다. 책 내용 자체가 긍정 그 자체여서 그런지 저자의 문체에서도 밝은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덕분에 서서히 그 에너지에 젖어들 수 있었다. 매일 읽고 필사를 했다. 혼자 있을 땐 연기하듯 밝은 에너지를 담아 소리 내어 책을 읽어보기도 했다.
언제부터인지 에너지의 흐름이 달라짐을 느꼈다. 뭔가 일어나고 있다는 느낌이 점점 선명해졌다. 매일 기록하는 다이어리 한쪽에는 나만의 셀프 토크 한 두 문장을 짧게 적어 놓기 시작했다.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가장 먼저 하루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그저 흘려보내던 시간에 역할을 부여했더니 성취감으로 돌아왔다. 작은 성취감이 쌓이니 표정이 달라졌고, 배에 힘이 들어갔다. 목소리 톤이 달라졌고 선명해졌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니 하루에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나씩 해내는 힘을 회복했다. 그리고 무력감은 모두 사라졌다.
삶의 기적은 거창한 무언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무력감과 효능감도 어쩌면 내가 마음속에 그어놓은 선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쪽저쪽에 서로 이웃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언제든 쉽게 넘나들 수 있기에 매일의 태도가 중요한 것이다. 나를 살리는 태도를 가지고 살고 있는지 아니면 내가 나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해 봐야 한다.
나의 변화는 겨우 커피 한 잔 마시는 시간에서 시작되었다. 물론 이것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어쨌든 변화의 불씨를 일으켰다.
어쩌면 우리는 살면서 너무 쉽게 간과하고 사는 것이 '나 자신'이지 않을까? 배려가 미덕이라 여기며 너무 남에 대해서만 마음을 쏟고 살았던 건 아닐까? 정작 중요한 건 나 자신인데. 나는 감히 누구라도 변할 수 있다고 믿는다. 현재보다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인드셋을 강조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결국 마음의 병을 다스리는 건 내가 나에게 건네주는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니 매일 아침 습관적으로 머무는 커피 타임에 나에게 한 마디 건네줘 보는 건 어떨까. '나이기에 충분하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