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베어 Oct 18. 2023

모두를 포용하기 위한 공간의 세심한 배려

뉴욕 브라이언 파크 어린이 테이블

미국에서 지내면서 느꼈던 문화의 특징 중 하나는, 어쩌면 개인주의라고 보일 수 있는 미국의 문화는 내가 아닌 다른 ‘개인’ 또한 존중한다는 것이었어요. 다른 개인은 같은 공용공간을 이용하고 있는 다른 시민이 될 수도 있고, 도시공간에서 성장하고 있는 아이들이 될 수도 있답니다. 


이러한 배려는 본인이 성장과정 동안 어른, 주변으로부터 받은 배려를 당연하게 누린 경험이 있으니, 자연스레 나 또한 남을 위한 배려를 실천할 수 있는 마음이 주어질 것이라고 생각됐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배려들로 만들어진 시민들의 인식은 결국 모두를 포용하려는 도시 공간 계획에서 나타난 것 같습니다.  


'포용 (Inclusivity)'은 도시계획에서 '모두를 위한 도시 (City for all)'가 되기 위한 중요한 가치인데요, 포용의 도시는 경제력, 성별, 국적, 인종, 종교, 장애 등에 구별 없이 모두에게 접근성을 보장하며 모든 시민의 사회, 경제, 문화적 참여를 보장합니다.


이슬비에 젖은 브라이언 파크

오늘은 뉴욕의 브라이언 파크 (Bryant Park)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도시가 포용을 위해 하고 있는 배려에 대하여 이야기해드리려 합니다.


브라이언 파크는 뉴욕 맨해튼 (Manhattan) 다운타운 록펠러센터와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중간에 위치한 정사각형의 공원이에요. 크기는 3,9000m²로 한 블록에 불과하는 도심 속 작은 공원이랍니다. 공원의 특징은 가운데에 잔디광장이 있고, 작은 크기의 공원임에도 불구하고 잔디광장을 둘러싼 테두리 사각형에는 큰 나무들 아래 테이블과 의자들이 있어 많은 시민을 다양한 목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공원 가운데에 있는 잔디광장에서는 계절에 따라 무비나잇 (Movie Night), 아이스링크 (Ice Rink) 등의 행사가 열리기도 한답니다. 


안개가 낀 이슬비 내리는 오후에도, 공원 테이블들에 앉아 커피와 빵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답니다. 그중에 눈에 띄는 테이블이 있었어요. 바로 어린이 테이블이었죠. 


어린이’는 우리의 도시가 세심히 고려해야 하는 집단이에요. 그들은 어른의 세계를 궁금해하고, 어른과 같이 행동하고 싶어 합니다 (이러한 행동을 심리학에서는 한 종류의 ‘모델링’이라고 칭한다고 해요). 그리고 도시는 그들의 성장 과정 동안 무의식 중 항상 배경이 되어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도시는 어린이 친화적 (child-friendly)으로 도시계획에 접근해야 하며, 이러한 노력은 모든 시민이 살아있는 도시와 포용성 있는 도시의 실현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브라이언 파크 내 어린이테이블과 일반테이블. 필요시 허락된 공간 안에서 어린이 테이블을 자유롭게 이동 및 배치도 가능합니다. 


어른들이 공원 테이블에 앉아서 그들만의 시간을 만들어가는 공간에서, 아이들의 시선과 사이즈에 맞춘 어린이들만의 공간을 마련해 준다는 것은 어쩌면 도시의 ‘존중 (Respect)’과 ‘포용 (Inclusivity)’의 첫걸음이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도시디자인이 그들의 세계와 생각을 존중해 주고, 도시 안에서 무심코 지나갈 수 있는 어린이들의 세계를 위한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지요. 보호자들이 휴식하는 곳 바로 옆 안전한 장소에서요. 


어린이 리딩룸 (Reading Room) 카트. 뒤쪽에는 녹색의 어른용 리딩룸 카트가 보입니다.  (출처. https://www.kidonthetown.com)


더불어 브라이언 파크에는 파크 내 카트에 있는 책들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는 리딩룸 (Reading Room)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도 역시 어린이들만을 위한 동일한 형태의 카트가 있고, 그 카트 안에는 책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이 즐길 수 있는 보드게임과 예술놀이들이 있습니다. 이곳에서도 어른들이 누리는 공원 서비스를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동일하게 누릴 수 있게 해 주려는 노력을 볼 수 있지요. 


이러한 공간에서 여가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이 자라나고 성인이 되면, 이들 기억 속에는 본인이 존중받던 한 명의 시민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인식은 이들의 자녀들에 대한 태도에도 이어지겠지요. 


사회 학습 분야의 심리학자 앨버트 반두라 (Albert Bandura)는 아이의 ‘모델링’에 관하여, 아이들은 주변에서 볼 수 있고 이들과 상호 작용하는 사회적 모델을 모방함으로써 학습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심리학자 발레리아 사바터 (Valeria Sabater)에 따르면 이러한 모방을 통하여 성인의 활동은 아이들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칠 대상이 되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동안 도시는 어린이를 어디에 배치해 두었나를 생각해 보면, 여러 공원들 안에 어린이 공원 혹은 놀이터가 있거나,  한국의 여러 식당을 가면 매장 한쪽에 어린이 놀이방 있기도 있지요. 이와 같은 공간들은 어린이를 어른으로부터 완전히 분리해놓습니다. 안전을 위해서이기도 하며, 어린이를 안전한 공간에 있게 하고 어른들이 잠시 편한 시간을 보내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겠지요? 


그러나 브라이언 파크는 어린이를 어른으로부터 분리해놓지 않고, 어른과 동일한 방법으로 공원을 즐길 수 있게 보장해 줍니다. 안전한 보호자의 시야 안에서, 그리고 실제 사회 안에서 아이들의 어른 모델링 기회를 제공합니다. 그것도 우수한 디자인의 도심 공원 속에서 자연과 함께 상호작용하며 그들만의 경험을 보장하고 이들을 안전하게 도시공간 속에 포용하는 것은 정말 훌륭한 배려라고 느껴집니다. 


포용하는 도시공간이 점점 많아져 제가 여러분께 소개해드릴 공간이 많아지길 기대하며 오늘의 글을 마무리합니다. 도심 공원으로서의 브라이언 파크에 대해서도 다음에 자세히 소개해드릴게요. 


작가의 이전글 뉴욕은 어떻게 걷고 싶은 도시가 되었을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