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ong blue Nov 29. 2023

무해한 영혼을 위해 지켜야 할 매너

 1학년 담임을 하려면 수없이 들어오는 질문 세례를 받아내야 한다.  

 “지금부터 교과서 123쪽 그림을 살펴보세요.”

 “선생님, 지금 해요?”

  방금 하라고 했는데 또 묻는다.

 “선생님, 몇 쪽 펴요?”

 “25쪽이요.”

 “선생님, 몇 쪽 펴요?”

  알려주고 돌아서자마자 또 서너 명이 물어온다. 목청을 높여 원하는 쪽수를 펼치게 하는 데만 최소 5분이 걸린다. 선생님이 하는 말을 잘 귀담아들었다가 그대로 하라고 하지만 소용없다. 1학년 특성상 집중이 어렵고 듣기 훈련이 잘 안 된 까닭이다.

  태오는 그 중에서도 손이 많이 가는 아이였다. 해외에서 유치원을 다니다 초등학교에 들어와서 말은 곧잘 하는데 글을 쓸 줄 몰랐다. 알림장을 쓰는 데만 한 시간이 걸리고 9자와 6자를 헷갈려서 거꾸로 쓰기를 되풀이 했다.   

  태오 엄마는 그런 태오를 전혀 조급해하지 않았다. 아이들 틈에서 생활하다보면 자연스럽게 터득할 테니 인내심을 장착하고 기다리면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오히려 나에게 ‘걱정말아요, 선생님,’이라는 눈빛을 보냈다. 보기 드문 자녀관을 가진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태오는 무해한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허세를 부릴 줄도 모르고 겉과 속이 다른 말도 할 줄 몰랐다. 그런 태오와 이야기하다 보면 나까지도 무해한 인간이 되는 것 같았다.

 “태오는 선생님이 어때?”

 “좋아요.”

 “어떻게 좋아? 어떨 때 좋은데?”

 “우리 엄마같아요.”

 “정말?”

  그 어떤 말보다 듣기 좋아 날아갈 것 같았다. 알고 있는 단어가 많지 않은 태오가 엄마에 비유했다는 것은 그 만큼 좋다는 뜻일 게다. 태오는 상대방 듣기 좋으라고 마음에 없는 말을 하는 아니었다. 그래서 1학년 담임을 잘 해내고 있다는 자신감이 뿜뿜 솟았다.

  1학년 담임은 망망대해를 떠가는 배의 선장과 같다. 아무리 많은 노하우를 갖고 있어도 갑자기 몰아치는 파도와 풍랑 앞에서 평정심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아직은 남을 배려하는 일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 때로는 대화보다 울음으로 대신하는 아이들, 자신의 욕구를 거칠게 표현하는 아이들을 달래고 가르쳐서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하도록 임무를 부여받은 자, 그들이 바로 1학년 선생님이다.    

  태오 엄마 말대로 2학기 들어 태오의 국어 실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태오 옆에는 늘 우주라는 아이가 붙어 다녔다. 처음에는 둘 다 마음이 잘 맞아서 그러나 보다 했다. 알고 보니 태오가 일방적으로 끌려다니고 있었다. 우주가 돈을 달라면 돈을 주고 놀자고 하면 싫어도 놀아주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주가 무섭게 다그치거나 놀아주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기 때문이다. 마음이 여린 태오는 거절할 용기가 없어 하라는 대로 따랐다. 부모님도 그 사실을 알았지만 이제 1학년밖에 안 된 아이라 적당히 타이르고 잘해주며 달라지기를 기다렸다고 한다. 태오에게 다른 건 미주알고주알 다 얘기하면서 왜 그 얘기는 하지 않았냐고 하자 “우주가 야단맞는 게 싫어서요. 그럼 마음이 아프잖아요?”라고 했다. 진심 우주를 걱정하는 말에 울컥했다.         

  우주는 정서적으로 많이 불안한 아이였다. 나중에 우주 엄마로부터 우주가 아빠한테 가정폭력을 당했다는 말을 듣고 왜 방치했냐고 물었다. 몇 번 신고를 했으나 경찰도 뾰족한 수가 없어 그냥 돌려보냈다고 한다. 지금처럼 가정폭력에 대해 엄격한 법 제도가 없었던 때였고 온정주의에 치우쳐 훈육이라 우겨대면 그만이었을 것이다. 아마 그때 우주는 아빠로부터 상대방을 제압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폭력을 배웠을 것이다.

  1학년이 한 달밖에 남지 않았을 때였다. 그날은 화재대피훈련을 하기 위해 모두 운동장에 나가 있었다. 그런데 태오와 우주만 보이지 않았다. 대피 훈련이 끝나자마자 부랴부랴 교실에 왔다. 갈만한 곳을 뒤져보았지만 없었다. 학교 지킴이에게 인상착의를 말하니 밖으로 나가는 건 보지 못했다고 한다.

  곧 오겠지, 기다리는데 한 시간이 지나서야 쭈뼛쭈뼛 들어왔다. 어디 있다 왔냐고 하니 우주가 화장실 안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느라 수업인 줄 잊어먹었단다. 하지만 태오 말은 달랐다. 우주가 화장실 문을 잠그고 나가지 말라고 해서 붙잡혀 있었다고 한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눈앞이 캄캄했다. 만약 태오 말이 맞다면 그건 심각한 범죄였다. 어른들이 그런 짓을 했다면 당장 감금죄로 잡혀가고도 남을 일이다.

 “누구나 잘못은 할 수 있어. 하지만 거짓말은 더 나쁜 거야.”

 “태오 말이 맞아요.”

  한참을 얼르고 타이르자 그제야 우주가 잘못을 인정했다. 태오는 울먹이며 화장실에 갇혀있는 동안 무섭고 힘들었다고 했다.

  1, 2학년은 또래들과 어울리며 다양한 경험을 하고 관계를 맺는다. 그 과정에서 갈등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폭력이라기보다는 사회성을 배워나가는 과정이기에 이해하고 관용을 배풀 수도 있다. 하지만 우주의 경우는 그 범주를 넘어섰다.  

  그동안 우주의 집안 사정을 알고 안타까이 여겼던 태오 부모도 이번에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우주 엄마가 싹싹 잘못을 빌었지만 결국 학교 폭력으로 신고했다. 우주를 벌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큰 불행을 막아보자는 뜻이었다. 나도 말리거나 설득하지 않았다.

  “아니, 1학년인 아이를 학교폭력위원회에 신고하면 어떻게 합니까?”

  학교장에게 경위를 알리자 대뜸 언성을 높였다. 학교가 시끄러워질 텐데 학부모를 잘 설득해서 넘어가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지켜보겠다는 말로 애둘러 질책했다. 교장은 아이들의 미래보다 학교 체면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동안 나는 여러 유형의 관리자들을 만났다. 초임 때 만난 안모 교장은 회의 시간에 책상에 발을 올리고 면도를 하는 기행을 보였다. 그는 일부러 초임 여교사들에게 힘든 업무를 시켜놓고 잘못하면 불러“교대 나온 선생이 이것도 못해?”하며 호통을 쳤다. 자기가 교육대학을 나오지 않아서 자격지심에 찌들어 있었다. 한 번은 수업을 하고 있는데 운동장 청소를 하라고 했다. 장학사가 방문하는데 학교 이미지를 좋게 하기 위해서는 해야 한다는 이론이었다. 그 당시 장학사는 교육 활동을 돕는다기보다 위에서 감독하고 군림하는 사람이었다. 특히 교원들의 인사권을 쥔 장학사의 위세는 아주 대단해서 교장도 잘 보여야 했다.

  대통령이 와도 수업권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말이 머릿속에 박혀 있던 터라 공부 끝내고 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교장이 자기 말을 무시했다며 노발대발 소리를 질렀다. 심지어는 내가 보는 앞에서 교육청에 전화를 걸었다. 나중에 정말 전화를 하려던 게 아니라 하는 척 겁박을 주려던 것임을 알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 그렇게 못되게 굴어도 워낙 권위가 드세 누구 하나 제지하지 못했다.  

  90년대 중반 대도시에 근무할 때 유모 교감은 병가나 출산을 앞둔 교사들에게 대놓고 촌지를 요구했다.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주지 않고는 못 배기도록 만들었다.   회식 자리에서는 술에 취한 척 여교사들에게 추행을 일삼았다. 지금이라면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때는 쉬쉬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요즘은 민원이 들어오면 관리자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 일단 교육청에 보고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직무유기가 되어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오기 때문이다.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하라는 법 조항도 우습지만 상황 파악도 제대로 하지 않고 신고부터 하는 관리자를 교사들이 믿고 교육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죽하면 관리자 잘못 만나면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자조 섞인 말이 들려올까.

  물론 좋은 관리자도 많다. 마마초등학교 근무할 때 김모 교감은 학부모와 갈등 상황이 벌어졌을 때 중재를 잘해서 무사히 넘어갔다. 조폭 학부모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행패를 부릴 때 담임을 대신해 온몸으로 막아주었다.

  학교폭력위원회를 앞두고 태오에게 물었다.

  “우주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안 그랬으면 좋겠어요. 하지 말라고 해주세요.”

   원망하거나 미워하거나 혼내라는 말은 입 밖에 꺼내지 않았다. 한때는 믿고 의지했던 친구에 대한 배려를 이 꼬마 신사는 잊지 않았다.        

  두 아이를 보는 동안 수면 아래 가라 앉아있던 기억이 떠올랐다. 중학생이었던 그때 나도 태오처럼 괴롭힘을 당했다. 순경이는 목소리도 크고 행동도 터프했다. 딱히 잘못하지 않아도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트집을 잡아 창피를 주었다. 다만 저보다 공부를 잘하거나 잘 사는 집 애들은 예외였다.

  하필이면 나는 순경이와 키가 비슷해서 여러 차례 짝을 해야 했다. 여학생은 한 반이라 피해 갈 수도 없었다. 순경이와 짝을 하는 내내 나는 노심초사했다. 아침에 학교에 가면 순경이 기분부터 살폈다. 표정이 좋지 않으면 그날은 특별히 조심하고 몸을 사렸다.

  가장 곤혹스러운 건 점심시간이었다. 그때는 급식이 없어 도시락을 싸갖고 다녔다. 애들은 햄이나 계란말이 같은 반찬을 싸 오는데 내 도시락은 초라했다. 그래서 누가 볼세라 허겁지겁 도시락을 먹어 치웠다. 누가 정해놓은 건 아니지만 도시락이 화려한 아이들은 그들끼리 모여 점심을 먹었다. 점심시간만큼 빈부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는 자리도 없었다.  

  순경이는 나를 향해 듣기 힘든 독설을 날렸다. 엄마가 관심이 없다는 둥, 반찬 냄새나서 같이 못 앉겠다는 둥, 반찬이 거지 같다는 둥. 밥이 제대로 넘어갈 리 없었다. 지금의 나라면 대놓고 그러지 말라고 했을 테지만 그때는 용기가 없었다. 감수성이 예민할 때라 창피해서 숨기 바빴다.

  순경이는 자기가 무슨 말을 내뱉었는지조차 모를 것이다. 원래 가해자는 자기가 한 짓을 기억 못 하는 법이니까. 피해자만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건 너무 불공평하다. 하지만 언젠가는 속담처럼 뿌린 대로 거둘 날이 올 수도 있다.


  우주는 5호 처분을 받고 부모님과 함께 특별교육 이수와 심리치료를 받았다. 다음 해에 나는 그 학교를 떠나왔고 태오는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다. 우주가 많이 달라졌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어떤 아이였는지 학교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태오도 그랬으면 싶다. 우주같은 친구보다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친구가 훨씬 많다는 걸 알아갔으면 좋겠다.  

  6년 전에 비해 지금은 학교 폭력에 임하는 자세가 많이 달라졌다. 학교는 학교 폭력 사안이 일어나자마자 가해자와 피해 학생을 분리하고 전담 기구를 통해 조사를 한다. 자체 해결이 가능한 사안은 학교장 재량으로 끝내고 심각한 경우에는 교육청 심의의원회로 넘긴다.

  학부모 또한 바라보는 시선이 훨씬 복잡해졌다. 우주 부모처럼 가해 사실을 쉽사리 안정하지 않는 분위기에다 쌍방으로 신고하는 경우도 있다. 아이들끼리 화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을 부모가 나서서 극단으로 치닫다 보면 상처받는 건 아이들이다.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깊이 고민해 봐야 할 대목이다.  

  폭력을 묵인하면 또 다른 폭력을 지속하게 만든다. 지금도 여전히 학교 폭력은 일어난다. 이제는 법으로 제도화되어 있어 무서운 줄 알지만 여전히 그 고리를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이제 우리는 폭력의 원인을 들여다보고 왜 그런 일이 벌어지는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 법 제도만으로는 안 되고 폭력을 묵인하거나 부추기는 우리 사회의 그늘을 구성원 모두 드러내고 밝히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폭력을 묵인하던 시대에서 폭력을 드러내는 시대로 바뀐 것은 다행이지만 폭력의 근원을 헤아려 진정한 복지국가로 나아가야 비로소 아이들의 무해한 눈빛을 지켜줄 수 있다.



  선생님, 저 태오예요.

  제가 화단에서 공벌레를 갖고 노는데 선생님이 징그럽지 않냐고 물었어요. 귀여우니까 만져보라고 하자 선생님이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살짝 만졌어요. 선생님이 벌레를 아주 싫어하지는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공벌레는 쥐며느리하고 비슷하게 생겼어요. 몸을 건드리면 공 모양으로 쫙 움츠러드는 게 공벌레고 그렇지 않으면 쥐며느리예요. 그런데 왜 공벌레가 몸을 움츠리는 줄 알아요? 적으로부터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서예요. 개구리나 사마귀, 매미도 위험을 대비하기 위해 주변에 있는 식물하고 비슷한 색깔로 변하는 거예요. 신기하죠? 저도 위험한 일이 닥칠 때 공벌레처럼 움츠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럼 지금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아요.

  입학식 하던 날, 옆자리에 앉은 아이가 먼저 말을 걸었어요. 목소리도 크고 씩씩해 보여서 친하게 지내면 좋겠다, 생각하고 있는데 그 아이가 저한테 사탕목걸이를 걸어주었어요. 너무 좋았어요. 제가 외국에서 유치원을 다니다 와서 친구가 한 명도 없었거든요. 그런데 먼저 손을 내밀어주니 너무 고마웠지요.

  그 아이가 바로 우주예요. 우주는 병설유치원을 나와서 학교에 대해 아는 게 많았어요. 저를 데리고 다니면서 여기저기 구경도 시켜주고 놀아주었어요. 우주 때문에 학교 가는 게 신나고 좋았어요. 물론 글을 배우고 공부하는 건 쉽지 않았지만요.

  그런데 우주하고만 같이 다니니까 다른 친구를 사귀기는 힘들었어요. 수호는 나처럼 연못에 사는 개구리를 좋아해요. 우주처럼 게임이야기도 하지만 나쁜 말이나 자기 생각만 우기지 않아요. 우주한테 수호하고도 놀자고 하니까 단번에 싫다고 했어요. 자기 말을 잘 안 들어줘서 기분이 나쁘다나 뭐라나. 그럼 나는 말을 잘 들어서 좋다는 얘기잖아요. 우주에게 저는 말 잘 듣는 동생같은 친구였을지 몰라요.

  화장실에 갇혀있을 때 일은 생각하기 싫어요. 처음에는 잠깐만 있자고 해서 따라 들어갔어요. 번갈아 귀신 이야기를 하는데 밖이 조용한 거예요. 그제야 선생님이 운동장에 나가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어요.

 “나가자.”

 “괜찮아. 좀만 더 얘기하다 나가자.”

 둘이 실랑이를 벌이는 도중에 우주가 화장실 문을 잠가버렸어요. 그리고는 저를 못 나가게 앞을 막아섰어요.

 “빨리 나가자, 제발!”

 “내 말 안 들을 거야?”

  우주가 무서운 표정으로 제 팔을 꺾는 시늉을 했어요. 겁이 나서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어요. 우주는 저보다 덩치도 크고 힘이 세잖아요.

  선생님과 친구들을 떠올리자 빨리 나가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문고리를 열어보려고 했지만 우주가 안쪽으로 밀어붙였어요.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손에서 식은땀이 났어요.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 방법이 없어 머리가 텅 비고 어지러웠어요. 마음은 밖으로 나가고 싶은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아 마치 줄에 묶인 강아지 같았어요. 눈물이 나오려고 하는 걸 간신히 참았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왜 그랬을까 후회돼요. 우주한테 그러면 안 된다고 강하게 말하고 들어주지 않으면 놀지 않겠다고 했어야 되는데, 자꾸만 들어주니까 그래도 되는 줄 알고 맘대로 했던 거예요.   

  아빠가 우주가 한 행동은 폭력이고 제 잘못이 아니라고 했어요. 폭력은 나쁜 것이기 때문에 학교폭력위원회를 열어야 한다고 했어요. 회의에 불려 나가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건 정말 힘들었어요. 지나간 일까지 끄집어내서 잘잘못을 따지고 싶지 않았지만 우주가 자기 잘못을 뉘우치고 다시는 그러지 않았으면 해서 용기를 냈어요. 공벌레처럼 무섭다고 피하기만 하면 안 되잖아요.

  좋은 친구는 상대방을 존중하고 자기 의견만 내세우지는 않는다는 걸 알았어요. 친구가 좋다고 너무 의지하거나 다 들어주는 건 좋지 않다는 것도 알았어요. 2학년이 되면 그런 친구를 사귈 거에요.   

작가의 이전글 그네가 사라진 자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