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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진하 Mar 13. 2023

03. 주식투자로 학창 시절 2천만 원을 잃었습니다

재테크의 결실, 서울 내 집 마련기

제법 직장인 흉내를 내며 매일 출퇴근했던 인턴쉽이 끝났다.

이제 대학교 졸업만을 앞두고 있다.




한창 미래에 대해 고민할 시기, 오랜만에 친구들 다섯 명이 모였다.

굳게 닫힌 취업의 문은,

야속하게도 우리 중 단 한 명을 위해서도 열리지 않았다.


우리는 사소한 말도 조심해야 하는 시기라는 것을 가장 잘 알았지만,

결국 별거 아닌 말에 가장 아프게 상처받곤 했었다.


“취업 왜 이렇게 힘드니. 그냥 오빠랑 확 결혼할까?

오빠가 최고야. 나 졸업했다고 가방 이거 선물 받았어. 봐봐. 예쁘지?”


“난 아빠가 졸업 선물로 노트북 사줬어. 빨리 취업하고 싶다.

취업하면 또 뭐 사달라고 하지?”




그런 시간들이 더해져서였을까.


그 사이에서 침묵을 지켰던 나는,

사실 마음속으로는 더욱 ‘돈’을 향해 갈망하고 있었다.


나에게도 남자친구와 아빠가 있었지만,


그들은 모두

“너 모은 돈으로 사. 돈 그렇게 모아서 뭐 할래? 괜히 아꼈다가 똥 되지 말고."라며 늘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제법 남들보다 이른 나이에 욕심이 ‘돈’을 향했다는 이유로,

남들보다 치열했던 학창 시절을 보냈다.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서 매일의 스케줄을 짰다.


젊은 시절 내 몸뚱이를 지나치게 신뢰하며 끼니는 대부분이 인스턴트였다.

가끔 시간에 쫓길 땐, 이동 중에 빼빼로 한 개로 배를 채웠다.


아직도 제법 생생한 그때 그 기억을 떠올리면, 나 자신이 기특하여,

가끔 일부러 빼빼로를 사 먹기도 한다.




대학교 졸업 할 즈음이었을까.

내 몸은 여전히 쉴 새 없이 달리고 또 달리기를 반복했지만, 마음은 이미 지쳐버렸나 보다.


‘빨리 어서어서’라는 마음가짐은,

‘이렇게 해서 어느 세월에 1억을 모으지.’라는 좌절감으로 변했으며,

머리는 늘 지름길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마주한 ‘주식’.


주식 투자란,

투자자가 기업의 주주가 되어 기업의 성장을 지켜보며, 주가 상승에 따른 이익을 배분받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예금이나 펀드보다는, 더 능동적으로 투자하여 고수익을 낼 수도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다.


주식투자는 나에게는 꿈만 같았던 Seed money 1억을 향한 지름길 같았고,

부자가 되는 문을 열어주는 황금열쇠라고 믿었다.

 



다행이었을까.

내가 주식투자에 입문했을 시기는 주식 시장이 안정적이어서,

어떤 종목을 선택하더라도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좋은 시기였다.


이러한 호황 기간에는 주식 계좌를 열기만 해도 부자가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나는 우량주 몇 종목 매수를 시작으로 주식 투자 세계에 첫 발을 디뎠다.


며칠 혹은 몇 주가 지나자 10% 이상의 수익을 냈다.

마치 ‘처음 도박을 시작할 때는 귀신같이 돈을 벌게 된다’는 불변의 법칙처럼.

   



나는 기업 별 뉴스, 회계장표, 차트 분석 등을 공부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리고 주식시장의 맹렬한 파도 속에 아장아장 걷던 주린이는,

점점 대범하게 위험한 난간에 기대어 보거나, 높은 턱을 오르기도 하였다.




주위 주식 좀 한다는 지인, 인터넷 랜선 주식 투자 선배들의 말에 귀 기울였다.


그들은 ‘나를 아낀다. 나를 생각해 준다.’라는 선한 의도로,

그럴 듯 한 정보를 물어다 주었다.


아직 시장에 오픈되지 않은 정보들을 내가 먼저 알았으니,

특별한 이 정보들을 밑거름 삼아서, 난 곧 부자가 될 것이다.




삼성전자 갤럭시폰이 출시되기 직전에는 관련 부품주를 매수하며 으쓱해했다.

미래 먹거리인 바이오 관련 종목도 잊지 않고 함께 매수하며, 미래지향적인 내 모습을 기특해했다.


몇 주간은 상승세를 이어갔고,

한동안 주식 시장이 열리는 아침 9시는 설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적당한 때, 적절하게 매도 타이밍을 잡아야 했다.

사실 그게 가장 힘든 일이라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오늘도 나의 효자종목은 더 오르겠지?’

‘아 왜 떨어지지? 내일은 다시 오르겠지?’




주식을 할 때는, 종목과 사랑에 빠지지 말 것.


주식투자자들의 암묵적인 ‘약속’을 무시한 결과,

어느 날, ‘유상증자’라는 단어와 마주하게 되었다.  


유상증자는 기업이 주식을 발행하여 새로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주식을 발행할 때, 기업은 새로운 주식을 발행하고 이를 구매하고자 하는 투자자들에게 판매한다.

유상증자를 통해 기업은 빠르게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갑자기 유상증자를 왜…?'


‘계속되는 영업 적자로 인해, 운영 자금이 필요해서…’라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를 나는 무시했다.


사업 확장이나 인프라 개발을 통한 이익 증대가 목적일 것이라고 애써 믿었다.




경험 상,

유상증자를 처음 마주할 때나 당황할 뿐, 그마저도 나중에는 익숙해지더라.


나의 효자 종목은 몇 달 만에 거의 동전주가 되었으며,

손실을 막고자 나는 지속적으로 추가 매수를 하며, 그렇게 돈을 잃기를 반복했다.


돌아보니, 내 손에 쥔 2천만 원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어느새 겨우 남은 돈은 거스름돈 수준에 불과했다.




대학 갓 졸업하여 세상에 한 걸음 내 딘 아이가,

불과 6개월 만에 주식 투자로 거의 2천만 원을 날렸다.


이 금액에 대한 체감도는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상대적이겠지만,

나에게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쏟아붓던 시간과 노력이라는 큰 대가가 따르는 결과였다.




요즘도 가끔 회상한다.

2천만 원이라는 돈이 증발했을 때 지금의 난 얼마나 침착할 수 있을까.


"에이, 돈은 있다가 없어지기도 하고, 없는 줄 알았는데 돌아보니 곁에 있고. 그런 거 아니겠어?"라고

나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을까.

강 건너 불구경하듯 쿨 해질 수 있을까.


그 어린 나이에 그 큰돈을 잃은 상실감을 어떻게 이겨냈는지. 아직도 그 부분은 미스터리다.




나는 답답한 마음을 부여잡고 무작정 주 거래 증권 지점을 찾았다.

그동안 거래해 왔던 펀드 매니저를 붙잡고 물었다.


“저 이제 어떡하죠.” ….


나의 이야기를 가만 듣던 매니저가 결국 지어 보이던 표정은 아직도 나의 기억에 생생하다.


‘어린애가 돈 무서운 줄 모르고, 요 몇 달 선 넘는다 싶었다. 쯧쯧.

나중에 더 커서도 오늘처럼 돈 잃었다고 찾아올까 봐 걱정이다.”


대답해 주고 싶었지만 꾹 삼켰을 것이다.


걱정이 역력했던 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문득,

지난날 부모님의 "아꼈다 똥 된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래, 똥은 나중에 거름으로라도 쓰지. 내 돈은 ‘똥’ 만도 못한 채, 흔적도 없이 사라졌구나.

그 당시 차 한대를 뽑았어도 아직 멀쩡히 타고 다녔을 수도 있을 텐데…




당시 또래 친구들에 비해 꽤 비싼 수업료를 내고, 한 가지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내 힘으로 내 집 마련하기’라는 목표를 향한 긴 여정 중에 발견한 행운 찬스카드 같은 것이었다.


투자에 있어서는 나를 맹신하지 말고, 행동하기 전에는 대기하라.
그 대신, 이 분야에서 뛰어난 전문가를 찾아서 이들의 지혜를 활용하자.
더 나아가, 실제로 존재하는 자산에 투자하여 안전한 투자와 수익을 동시에 얻는 방법을 고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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