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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진하 Apr 10. 2023

07. 인스타그램으로 지구 반대편의 친구 찾기

빛나는 런던, 빠져든 사랑


런던에서의 일주일 동안,

나는 매일 다른 거리와 동네를 탐험하며 다채로운 경험을 쌓는 데 시간을 쏟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하루는 쇼디치의 거리를 돌아다닌 날이었다.


나는 벽화 예술가들이 그려 놓은 작품들을 하나하나 둘러보며,

그들의 창의성과 예술적 재능에 감탄했다.


이들이 그린 작품들은 거리의 벽면을 가득 채우며,

서로 다른 색상과 패턴이 어우러져 새로운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나의 일상과 달리, 그는 여느 때와 같이 회사로 출퇴근하며 조용하고 평온한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나와 제이든은 매일 하루의 끝을

늘 첼시의 어느 카페에서, 혹은 펍에서 서로의 일상을 나누는 것으로 마무리하였다.


이 시간이 비로소 긴 하루의 피로를 풀어주는 서로의 아늑한 쉼터 같았다.


나는 그와 이웃으로 함께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반갑고 설레는 시간인지 늘 깨닫고 감사했다.


서로 알게 된 시간은 짧았지만,

매일을 쉼 없이 만났던 우리는 그 누구보다 서로의 일과를 속속히 알게 되었다.


그리고 차츰 우리는 눈빛과 표정만으로도 서로의 기분을 읽을 수 있었다.




“궁금한 게 있어. 비행기에서 내가 외웠던 단어들을 보고 나한테 말 걸었잖아.

정말 나를 위험인물로 생각했던 건 아니지?”라는 내 엉뚱한 질문에,

그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대답했다.


“에이, 아니야. 설마. 그때 너가 단어들을 혼자 읊고,

다시 단어장 보기를 반복하는 모습을 봤어.

그때 너가 영어 공부 중이라는 건 대충 짐작했어.

그냥 너가 귀여웠어. 아, 무슨 용기에 그랬는지 모르겠어.”


그는 마치 좋아하는 소녀 앞에서 쑥스럽게 고백하는 소년처럼 대답에 신중하더니, 결국 말 끝을 흐렸다.


"어?… 너의 용기에 고마워…"


나는 그가 들을 수 없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대답했다.


설마 내 대답을 들었을 리 없었겠지만,

그를 바라보자, 그는 귀와 볼이 빨개진 채 애꿎은 손가락을 만지작하고 있었다.




뒤이어, 그는 급하게 대화 화제를 돌린다.


“근데, 너 인스타그램 계정은 최근에 만든 것 같던데, 사진은 안 올려?”


아무 흔적이 없는 내 유령 계정이 떠올랐다.


그동안 나의 계정은 그저 그와 연락하는 창구이자,

그의 일상을 염탐하는 도구였을 뿐이다.


“인스타그램 해 보면 재밌어.

서로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것도 재미있고,

운 좋으면 그동안 살면서 궁금했던 사람을 찾을 수도 있어.”


‘사람을 찾을 수 있다니…’




그의 말에 문득,

뉴욕에서 보낸 나의 초등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가장 외로웠던 시기,

유일하게 나에게 다가와서 친구가 되어 준 앨리스를 찾고 싶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녀에게 꼭 해주고 싶었던 고백이 있었다.


친구가 가장 절실했을 때, 나의 친구가 되어줘서 고마웠다고.

깜깜한 어둠 속의 너의 우연한 손길이 나에겐 한줄기 빛이었다고.




그의 가르침에 따라 인스타그램 ‘찾기’ 기능에서 앨리스 이름을 검색했다.


프로필 사진에 익숙한 얼굴이 가장 상단에 보였고, 난 앨리스의 계정을 클릭하였다.


그리고 발견한 그녀의 프로필 속 문구에,

내 두 눈을 의심했다.

핸드폰을 쥔 내 두 손은 떨리고 있었다.


 'Alice in London'


내가 운이 좋았다. 그녀를 찾았다.

런던에서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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