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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국 Apr 16. 2023

트러커의 오디오북 : 책임감에 대해


조수석에 탄 사람 : 생택쥐페리
들려준 이야기 : 야간비행

어린 왕자로 유명한 그 작가다. 다른 책도 있는 줄 몰랐는데, 읽어보니 어린 왕자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이야기였다. 영화로 따지면 극한직업과 악마를 보았다를 한 감독이 만들었다는 느낌.

 동화같이 아름다운 '어린 왕자'와는 다르게... '야간비행'은 차갑고 텁텁한 책이다. 초반에는 비행에 대한 아름다운 묘사에 넋 놓고 있게 만들다가 후반에 들어서는 마치 직장인 에세이와 같이 씁쓸한 현실묘사에 빠져들게 만든다.


낭만의 비용

 책임감이라는 단어가 가진 모습은 다양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책임감은 흡사 '미움받을 용기'와 같다. 너무 좋아하는 팀원이지만 우리 팀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게 만드는 실수를 범한다면 단호하게 책망할 수 있는 그런 것 말이다.

 이야기는 두 가지 갈래로 나뉜다. 낭만과 위험이 공존하는 하늘을 유랑하는 비행사들과 그런 비행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모든 뒤치다꺼리를 도맡아 하는 관리자... 이 둘의 이야기를 병행하며 앞서 말한 책임감에 대해 이야기한다.  

 많은 꼬마들이 막연히 비행사를 꿈꾼다. 왜냐하면 멋지니까. 하늘을 자유롭게 난다니, 그 자체만으로는 얼마나 멋진 일일까 싶다. 하지만 그 낭만적인 일이 돈을 버는 일, 사회의 일환이 되는 일이 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수고로움이 따른다.

 화려한 공연의 무대 뒤에서 고생하는 스태프와 같이, 축구선수가 원하는 클럽에서 뛸 수 있게 피 말리는 협상을 하는 에이전트와 같이 '비행'이라는 것이 일이 되기 위해서는 모든 사무적 업무를 담당해 줄 관리자의 역할이 필요하다.

  너무 수고가 많았지만 이제는 늙어버린 비행사를 해고하는 것, 사고 소식을 유가족에게 전하는 것, 협력 업체와 밥그릇 싸움에서 승리하는 것, 너무 좋아하는 팀원이지만 절대 티를 내지 않는 것, 그리고 그 팀원이 잘못했을 때 과감히 징계를 내리는 것... 그런 것들이 비행기를 띄우기 위한 관리자의 일이었다. 전혀 낭만도 없고 보람도 없어 보이는 그 일, 비행과는 아무 상관없는 사람처럼 저 멀리 날아가는 비행기를 바라보며 만족해야 하는 일 모두가 관리자의 몫이었다.

 

기꺼이 책임감을 짊어지는 이유

 그럼 관리자는  그런 고된 일을 하는 걸까. 자기도  털어내고 비행기에 오르지. 남들에게 미움받을 말은  삼키고, 안타까우니까  봐주고, 쉬고 싶은 날은 쉬고 그렇게 하지,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하지  그랬을까 생각해 본다.

 머리로 떠오르는 답은 너무나도 쉽다. 책임감. 내가 그 일을 해야 오늘 비행기가 뜰 수 있다는 그 생각이 관리자를 책상 앞에 앉히고 멀리 날아가는 비행기를 창문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드는 것 같다.

내가 머리로는 쉽게 떠올리는 그 해답이 기꺼이 내 행동이 되는 순간이 온다면 비로소 아버지가 될 준비가 된 것이 아닐까. 아니, 비로소 아버지가 됐을 때 내 행동으로 이어질지 모르겠다.

 어릴 적, 아버지는 왜 저런 일을 하며 사시나, 더 멋진 일도 많은데라고 생각했지만 그 이유는 너무 가까이 있었다. 아버지는 누나와 나라는 비행기를 날리기 위해 열심히 땀을 흘리셨던 것이다.




 트럭을 몰면서 이 책을 오디오북으로 들을 때, 비행을 묘사하는 장면이 유독 기억난다.

별 것 아닐 수 있는 밤하늘을 참 아름답고 낭만적 이게도 묘사했었다.

듣고 나니, 지금 내가 달리고 있는 이 도로도, 창밖 풍경도 생택쥐페리가 묘사해 준다면

그만큼 아름다운 장면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서울의 도로는 너무 복잡하지만, 가끔씩 만나는 한적한 시골 도로는 숨을 탁 트이게 만들어준다.

거기에 좋은 음악, 혹은 좋은 소설이 함께라면 매일매일 달릴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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