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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밍한 밍 Jun 09. 2024

향수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를..

<고뇌>

한 사람이 스쳐 지나간 자리.

그곳엔 한 사람이 빚어낸 고유한 파장만이 잠시나마 그 사람의 자취를 남긴다.

한 사람의 고유한 파장은 다른 이들의 후각 세포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언제부터였을까.

문득 고유한 파장에 무언가를 덧입히고 싶단 생각이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이유는 충분하다.


첫째로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기 때문이고,

둘째로 썩 좋지 않은 파장으로 인한 찡그림을 피하고 싶기 때문이고,

셋째로 나만의 개성을 갖고 싶기 때문.


한 사람의 파장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차츰 약해지기 마련인 것처럼,

세 가지 이유 중 첫 번째에 해당하는 것은 많이 희석되어 거의 없어지다시피 하다.

오히려 나만의 파장을 갖고 싶다는 마지막 이유의 농도가 짙어지는 지금.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이것저것 다양한 파장을 덧입혀갔던 때와는 달리,

오롯이 나의 관점에서부터 다채로운 파장을 발산해 간다.


이러한 파장이 누군가의 후각 세포를 자극했을 때,

무언가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으리라.


강렬한 파장으로부터 비롯되는 강한 파고일 수도,

은은한 파장에서부터 오는 잔잔한 파고일 수도 있는,

그러한 향수를.



어둠 컴컴한 액정 위로 반가운 이름과 연락처가 반짝반짝 파장을 내뿜는다.


"엇 형님!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죠?"

"어 밍아~! 요즘 엄청 덥더라. 더위 조심하고."

"감사합니다. 형님도 요즘 날이 많이 오락가락하는데, 컨디션 관리 잘하셔요."

"그래, 고맙다. 다리는 좀 어때~?"

"요즘 휴일엔 지팡이 안 짚고 다니려고 하고 있어요."

"와 많이 좋아졌구나 다행이다."

"헤헤. 감사합니다."


간단한 안부 후 메인 메시지가 들려온다.


"형이 뭐 하나 준비하고 있는 게 있는데,

전에 밍 네가 별자리 알려줬던 거 생각나서 연락해 봤어."

"아! 기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형님 낭만에 살고 계시는군요."


병원에 입원해 있을 적,

옆 병실에 있던 형님.

오며 가며 눈인사부터 시작하다

어느 순간부터 말꼬를 트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던 분이었다.

병원 생황 중 나에게 새로운 활력이 되어준 분.


종종 생각날 때가 있어, 전화를 드리곤 했지만

무언가 매개를 통해 나를 떠올렸다는 것에 대한 감회가 새롭다.

그 형님에겐 '별자리'라는 향수를 통해 나를 떠올린 셈이니,

어딘가 신기하리만치 낯설게만 느껴졌다.


어느 날 문득,

누군가에게 향수를 자극할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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