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3일. 나의 결혼식 예복이자 인생 첫 맞춤 정장을 받으러 갔다.
20살이 되던 해, 30대가 되면 꼭 한 벌 쯤은 맞추고 싶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던 맞춤 정장의 로망을 이루게 된 날. 어떤 형태의 모습으로 완성되어 있을지 기대감을 안고 강남구청역 인근에 위치한 매장으로 세 번째 방문을 하게 됐다.
매장 앞에 도착하여 초인종을 누르고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자마자 문을 열고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서자마자 우측에 위치한 피팅룸으로 안내받은 후 나의 완성된 맞춤 정장을 입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손목에 두르고 있던 시계를 잠시 풀어둔 채, 셔츠와 바지, 재킷을 하나하나 입어보기 시작했다.
완성된 옷을 입고 난 후, 내가 선택한 옷감의 특성과 입는 방법 등 옷에 관한 전반적인 브리핑을 해주셨다. 개인적으로 투 버튼만을 고집하기 때문에 이번에도 역시나 투 버튼을 선택한 나. 투 버튼은 윗 닷추만 잠그는 것이라는 설명도 같이 해주셨다.
처음 매장에 방문했을 때, 입어봤던 다른 사람들의 옷과는 확연히 달랐다. 전체적인 기장과 비율, 어깨선 등이 착착 감겨오며 굉장히 편안한 느낌을 심어주었다. 재킷의 경우에도 기존의 기성복들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을 심어주었다. 어깨라인을 따라 느껴지는 무게감이 없었더라면, 내가 재킷을 걸친 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몸에 착 감기는 경험을 선사해 주었다. 처음 재킷을 걸쳤을 때 몸을 감싸는 안정감과 더불어 팔에 힘을 빼고 가만히 서있을 때 우글우글한 주름 하나 없이 깔끔하게 펴져있는 것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마지막으로 세탁과 보관 시 유의할 점에 대하여 질문하였다. 재킷 등은 드라이는 할 수 있으나 옷감이 상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되도록 지양해 달라는 답변과 함께, 되도록 고가 의류 브랜드를 취급하는 전문점에 세탁을 맡길 것을 당부하였다. 보관은 슈트 케이스는 벗긴 채 통풍이 되는 곳에 5cm 정도의 간격을 떨어뜨려 주어야 옷의 볼륨감이 지속적으로 살아있을 거란 답변도 함께 주셨다. 이 답변을 듣자마자, 불현듯 재킷 앞쪽이 우글우글 울어있던 나의 기성복 재킷이 생각났다.
'앗차차.. 내가 너무 공간 없이 다닥다닥 붙여놔서 그런 거였구나...'
마지막으로 다림질은 절대 하지 말라는 우려 섞인 한 마디와 더불어 셔츠는 찬물에서만 세탁을 돌리면 된다는 답변까지. 그리고.. 아직 식이 많이 남았고, 맞춤 정장이니만큼 지금의 체중에서 ±3kg은 유지해야 핏이 가장 잘 산다는 당부의 말씀도 주셨다. 너무 찌면 당연히 입지 못하고, 그렇다고 또 너무 빼면 옷이 헐렁해지기 때문에 부자연스러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복을 떠나 처음 맞춰본 정장임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기분 좋은 경험으로 남길 수 있어 인상 깊은 그런 날들의 연속이었다.
다음엔 여기서 예복을 가장한 정장이 아닌, 또 다른 나의 실용적인 정장을 맞춰보리라 맘을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