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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희와 나드니 Apr 23. 2023

[난희] 망개잎 벗기기

말라 붙은 망개떡을 마주할 용기

동글동글 귀여운 망개떡

집에 가는 열차에 타기 전

떡 구경을 하다 사버렸다

흰떡들이 잎에 싸여

옹기종기 누워있는데

눌린 모양이 어찌나 귀엽던지

얼른 맛보고 싶어도 꾹 참고

집에 와서 뜯어보았더니

망개 잎 색이 거무죽죽

바삭한 잎을 떼는데

떡도 같이 떨어지고

떡은 짓이겨진 망개 잎에 물들고​


쥐 파먹은 연두색 떡을

일단 접시에 올려두고

손에 묻은 떡을 씻었다​


늦저녁 가판대 떡이라 오래됐나

남은 아홉 개도 이럴 텐데

나머지도 힘들게 떼어먹어야 하나

미끌미끌한 손끝을

문지르고 씻어내면서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두 번째 망개떡은

망개 잎에 물을 묻혀

잘 벗겨 먹었다

떼어낸 망개 잎은 안 다친

동글동글 매끈한 뽀얀 떡을

맛있게 먹었다

첫 번째 떡을

망쳐보지 않았으면

뭐가 문제인지 몰랐을 거야

방법을 찾고

또 망치지 않았으니

잘 한 거지 하고

나름대로 열심히

공들인 것 같은데

잘 안 굴러가는 요즘

다음 잎을 벗겨낼

용기가 없는

내게 말해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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