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 붙은 망개떡을 마주할 용기
동글동글 귀여운 망개떡
집에 가는 열차에 타기 전
떡 구경을 하다 사버렸다
흰떡들이 잎에 싸여
옹기종기 누워있는데
눌린 모양이 어찌나 귀엽던지
얼른 맛보고 싶어도 꾹 참고
집에 와서 뜯어보았더니
망개 잎 색이 거무죽죽
바삭한 잎을 떼는데
떡도 같이 떨어지고
떡은 짓이겨진 망개 잎에 물들고
쥐 파먹은 연두색 떡을
일단 접시에 올려두고
손에 묻은 떡을 씻었다
늦저녁 가판대 떡이라 오래됐나
남은 아홉 개도 이럴 텐데
나머지도 힘들게 떼어먹어야 하나
미끌미끌한 손끝을
문지르고 씻어내면서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두 번째 망개떡은
망개 잎에 물을 묻혀
잘 벗겨 먹었다
떼어낸 망개 잎은 안 다친
동글동글 매끈한 뽀얀 떡을
맛있게 먹었다
첫 번째 떡을
망쳐보지 않았으면
뭐가 문제인지 몰랐을 거야
방법을 찾고
또 망치지 않았으니
잘 한 거지 하고
나름대로 열심히
공들인 것 같은데
잘 안 굴러가는 요즘
다음 잎을 벗겨낼
용기가 없는
내게 말해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