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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연 Jan 19. 2024

고요 속에 침잠하기(에크하르트 톨레,『이 순간의 나』)


  평소 소리에 민감한 편이다. 원치 않는 소음이 밀려들 때면 신경이 예민하게 곤두서서 하던 일에 쉽사리 집중하지 못하고 알게 모르게 온몸이 긴장한다. 그래서 내가 매일 바라는 것이 하나 있다면 이것이다.

  '오늘 하루, 부디 고요하기를.'


  타인의 존재는 필연적으로 소음을 발생시킨다. 그래서 혼자 있기를 좋아한다. 하지만 조용한 공간에 혼자 있다고 해서 소음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내 안에서 나오는 마음의 소리, 생각이라는 소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책 《이 순간의 나》에서 저자 에크하르트 톨레는 생각을 "정신적 소음"이라고 표현한다. 우리의 마음은 때로 정지 버튼이 고장 난 오디오처럼 온갖 생각을 끊임없이 재생한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바닥에 떨어진 탁구공처럼 이리저리 튀기 일쑤다. 또 생각이 여기저기 떠돌며 휘젓고 다니면 생각에 따라붙은 감정도 덕지덕지 딸려와 마음을 어지럽힌다.



  마음은 무의식적으로 문제를 만들어내려 합니다. 그 문제들이 당신에게 일종의 정체성을 부여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흔히 있는 일이지만, 정신 나간 미친 짓이기도 합니다. '문제'란 지금 이 순간 어떤 행동을 할 진정한 의도도 가능성도 없이 그저 자신이 처한 상황에 골몰하며 집착하는 것입니다. 무의식적으로 그 상황을 당신의 자아 감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바로 '문제'입니다. 그러면 당신은 삶의 상황에 짓눌린 나머지 삶의 감각, 존재의 감각을 잃어버립니다. 그리고 지금 할 수 있는 단 한 가지에 집중하는 대신, 미래에 해야 하거나 혹은 하게 될 수도 있는 수백 가지의 터무니없는 짐을 마음속에 쌓아가고 있습니다.


- 에크하르트 톨레, 《이 순간의 나》



  "지금 이 순간 어떤 행동을 할 진정한 의도도 가능성도 없이 그저 자신이 처한 상황에 골몰하며 집착하는 것"이라는 구절을 읽었을 때 내 마음을 읽힌 듯 뜨끔했다. 그리고 할 일 목록을 작성하던 지난날들이 스쳐갔다. 나름대로 일상을 잘 살아가는 듯하다가도 어느 순간 평온한 일상이 무너지고 무엇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이것도 저것도 잘 해내고 싶고 아직 시도도 못 해본 막연한 바람도 많지만, 그중 어느 하나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며 표류하는 마음을 붙잡으려 애쓰는 때. 그럴 때면 나는 당시 상황에서 내 '문제'가 무엇인지 죽 나열하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할 일 목록을 정리하곤 했다. 어떻게든 다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일상을 회복하려고 발버둥 친 결과였지만 할 일 목록은 언제나 거창하기 짝이 없었고, 그것을 제대로 실천해 내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일부는 실천했지만 지속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너무 욕심이 많은 탓인지도 모르겠다. 배우고 싶은 것도, 잘하고 싶은 것도 많다. 삶에 재미와 생기를 더하기 위해 하고 싶은 것들을 적어뒀지만, 그것을 실행하지 못한 채 시간만 흘렀다. 그리고 어느새 빛바랜 막연한 꿈을 보고 있노라면 그것을 아직도 실현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왠지 모를 죄책감까지 든다. 한때 꿈이고 이상이었던 것들이 어느새 내가 가진 '문제'로 전락한 것일까.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문제는 마음에 무게를 보태는 짐으로 켜켜이 쌓인다.


  가벼워지자. 단순해지자. 지금 당장 묵은 짐을 모조리 내다 버리지 못해도 괜찮다. 내가 현존하는 지금 이 순간, 내가 하는 일에 온전히 집중하자. 그러다 보면 마음의 짐은 다시 꿈이 되어 반짝이고, 그 꿈은 어느 순간 꿈이 아닌 현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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