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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 Jan 17. 2024

아삭아삭 콩나물밥

30분 만에 뚝딱 한 끼 식사

 주르륵, 시루가 젖는다. 할머니는 주무시다가도 콩나물시루에 한 번씩 물 주기를 반복하셨다. 작은 체구에 허리가 잔뜩 굽은 할머니는 잠시도 쉬는 법이 없으셨다. 마당 뒤 텃밭에 심어놓은  채소도 꽃밭보다 더 이쁘게 잘 가꾸셨다. 할머니 손길이 닿으면 무엇이든 무럭무럭 자랐다. 나에게 콩나물은 할머니의 사랑이다.


 매일 먹는 밥이 거기서 거기. ‘오늘은 또 뭘 해줘야 하나?’ 고민하다 마트에서 콩나물 한 봉지를 집어 들었다. 콩나물을 볼에 담고 깨끗이 씻어 냄비에 안쳤다. 물은 반 컵만 부어주고, 천일염 두 꼬집 넣어주었다. 오염수 방사로 소금 가격이 치솟기 전 구매해 항아리에 담아두었던 천일염 20kg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반찬이 걱정스러울 때는 편하게 한 그릇 휘리릭 비벼서 먹을 수 있는 한 끼, 콩나물밥을 준비한다. 정석은 밥과 콩나물을 같이 넣고 밥을 짓지만, 난 콩나물 푹 익은 식감이 맘에 들지 않아 언제부터인지 아삭아삭 살아있는 느낌을 살려 나만의 콩나물밥을 만들기 시작했다.

우선 밥통의 취사 버튼을 누르고, 냄비에 안친 콩나물을 끓여준다. 냄비에 김이 나오기 시작하면 1분 정도 더 끓여 불을 끈다. 이때 절대로 뚜껑을 열면 안 된다. 다들 알겠지만, 콩의 비린내가 날 수도 있다. 실수로 뚜껑을 열었다면 그대로 그냥 열어 두고 젓가락을 이용해 위, 아래로 콩나물을 한번 뒤집어 준다. 이제 뚜껑을 열어 당근을 채 쳐서 넣는다. 당근이 없으면 생략해도 되지만 눈으로 먹고 입으로 먹는 콩나물 밥이 이뻐 보이면 더 맛있어지는 마법을 발휘하는 순간이다. 난 늘 콩나물 반찬에 당근을 조금씩 넣는 버릇이 있다.

 양념장 차례다. 시골에서 보내준 조선간장과 양조간장을 반씩 부어주고 설탕과 고춧가루 한 스푼, 요즘 계절에 마트에 많이 나오는 달래가 좋은데 눈에 띄지 않아, 난 부추를 집어 들었다. 집에 있는 대파나 쪽파 그 어떤 것이라도 좋다. 송송 썰어 가득 넣어주면 된다. 요리할 때 나의 별명은 깨순이, 고소한 깨는 갈갈해서 듬뿍 넣어준다.

 진짜 맛있어지는 나만의 콩나물밥, 레시피의 비밀은 따로 있다. 다진 돼지고기를 팬에 달달 볶다가 고기가 다 익을 무렵 간장과 올리고당으로 살짝 색과 간을 입힌 후 바싹하게 볶아낸다. 자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다. 그릇에 이쁘게 담기만 하면 된다.

고슬고슬한 흰쌀밥을 봉긋하게 담고 아삭아삭 삶아진 콩나물을 얹고 시골 참기름 한 스푼으로 고소함을 추가한다. 바싹하게 볶아낸 고기를 올려주고 김을 조금 얹어주면 완성. 30분 만에 뚝딱 차린 점심 한 끼지만 물고기자리 식구도 집식구도 모두 입이 즐거워지는 시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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