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들판 사이, 천천히 걷는 하루)
카스틸블랑코 데 로스 아로요스(Castilblanco de los Arroyos) - 알마덴 라 플라타(Almadén de la Plata) 약 29km
눈을 뜨자마자 걱정했던 대로 골반과 허리가 욱신거렸다. 배낭만 없으면 덜 힘들까. 하지만 이 길에는 배낭 운송 서비스도 없다. 오롯이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하는 길이다.
어둑한 아침, 길 위에 내 몸을 맡겼다. 힘들어도 내 두 다리가 걸어야 하는 길이다. 오늘은 그림자처럼 따라와 주는 햇살도 없이, 잔뜩 흐린 하늘이 하루를 열고 있었다. 오늘은 또 어떤 길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까. 몸보다 먼저 마음이 걱정부터 꺼내 들던 아침이었다.
카스틸블랑코 데 로스 아로요스를 벗어나며 길 위의 풍경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나무와 들판이 함께 숨 쉬는 곳이었다. 빽빽한 숲도 아니고, 완전히 트인 평야도 아니었다. 적당한 간격을 두고 서 있는 나무들 사이로 넓은 들판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곳은 데에사(Dehesa)라고 했다. 사람이 자연을 밀어내지 않고 함께 살아가며 만들어 낸 풍경.
나무도 남기고 들판도 남겨 둔 채 오래도록 이어져 온 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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