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분명히 괜찮은 사람인 것 같았다.
중간중간 부적절한 타이밍에 과한 웃음을 보이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인상이 좋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싸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기복이 있었다.
같은 상황에서도 어느 날은 괜찮은 것 같고, 또 어느 날은 짜증을 냈다.
친절하게 물어보라고 했다가,
막상 물어보면 짜증을 냈다가
다시 편하게 물어보라고 하기를 반복했다.
'이게 뭐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처음엔 내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어떤 지점에서 잘못했는지 돌아보았다.
부질없는 짓이었다.
시간이 흘러 내가 틀린 것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때 즈음
어떤 포인트에서 기분이 안 좋은지 유추할 수 있게 되었다.
1) 자기가 짬 당했을 때 > 무조건 짜증스럽다
2) 계획대로 되지 않았을 때 > 극 J(계획형)...
3) 의견을 말했을 때 > 무조건 '니말이 맞다'고 해야 함
4) 내가 한가해 보일 때 > 자기만 일한다고 생각해서 기분이 나빠진다.
반대로, 언제 기분이 좋은지에 대해서도 파악했다.
1) 자기 선배가 휴가일 때 > 같은 공간에 없어서 행복해한다
2) 자기가 휴가일 때 > 전날부터 기분이 좋다
3) 다른 사람들이 전부 지켜보는 상황 > 좋은 사람이고 싶어서 화를 못 낸다.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하나 싶었지만,
이 상황을 알고 나서 비로소 나에게도 마음 편한 시간이 주어졌다.
적다 보니 더욱 현타가 온다.
이렇게라도 회사를 계속 다니는 게 맞는 걸까?
적어도 나에게 지금 필요한 이곳을, 사람 때문에 포기하고 싶지는 않아서. 오늘도 버텨본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