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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onnievo Feb 15. 2024

[우리] 나이트 전담 선생님

이상적인 직장 동료에 대한 경험담 #1

간호사로서 근무하기 위해서는 간호사 면허증을 해당 병원에 등록해야 한다.
이는 한 편으로 내가 그곳에 종속되어 있다는 것을 뜻했지만, 유감스럽게도 두 곳 중 한 곳에서는 일말의 소속감도 느끼지 못하였다.
그러니 이 글에서 표현하는 '우리'라는 표현은 내 면허를 처음 등록했던 병원인 요양병원에 대한 이야기에 한정된다는 것을 밝히고 시작하려 한다.
 
 


 
 




여기 나이트들이 착해서 그렇지,
어디 가서 이렇게 일하면 큰일 나요, 선생님.




 
 
 
나는 순간 귀를 의심했다. 착하다고? 누가? 세상 까칠한 저들의 수식어로는 걸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해당 대사를 직접 들었다며 전달해 주는 이의 표정은 나와 달리 평화로웠다. 대학병원에서의 경험을 떠올리면 저 말이 이해가 된다고 했다.
대학병원은 엄청난 곳이랍니다, 라며 웃어 보이는 그녀의 옅은 웃음을 보며 나는 아직 문턱에도 닿지 못한 대학병원이라는 곳에 진저리가 나는 듯했다. 충분히 꼬투리 잡히고 있다고 느꼈는데, 한참 모자라단다. 대체 다들 어떤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착한 나이트는 '우리' 나이트 선생님에게나 쓸 수 있는 수식어가 아닌가.
 
 
 

나는 주로 인계를 시작하고 나서야 빼먹은 것들이 생각나는 초보 간호사였는데, 내가 짧은 탄식을 내뱉을 때마다 우리 나이트 쌤은 '제가 할게요, 빨리 퇴근하세요!'라며 나의 칼퇴를 종용하곤 했다. 그럴 때면 나는 뻔뻔하게도 '헉, 부탁드려요!'라며 자연스레 짐을 챙기곤 하였는데, 이것이 전국적인 기본값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직한 곳에서, 데이 번 사람들이 하루종일 바빴다며 성을 낼 때 그들의 잔여물은 이브닝의 몫이었으나, 이브닝 번의 남은 업무는 남아서라도 우리 선에서 끝내야 하는 무언가였다. 심지어는 데이 때 노티했던 것을 주치의가 처방을 내주지 않은 채 퇴근해 버렸다면 그 또한 오더를 받아내지 못한 이브닝 탓이 되었다. - 본인 오더도 제대로 거르지 못한 의사 탓을 해야지 왜 내 탓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뭘 얼마나 더 언급했어야 했는지도 모르겠고, 오늘 못했으면 내일 받으면 되는데 왜 저렇게까지 화를 내는지도 모를 일이다. 중요한 오더조차 아니었으며, 애초에 외래에서 했던 처치를 왜 병동에서 확인하는지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는 시간표에 이브닝만 깔려있던 나로서는 더욱이 억울한 문제였으나 이에 불만을 품은 이가 나뿐인 곳이었으니 달리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다시 돌아가 '우리' 나이트 선생님에 대해 서술해 보자면, 그녀는 매우 자애로운 사람이었다. 누군가 더블 근무를 뛰어야 하는 날이면, 그날만큼은 30분이나 일찍 출근하여 '제가 확인할 테니까 중요한 것만 인계 주고 빨리 가요!'라며 부담을 덜어주는 이였다. 그러면 나도 빨리 출근하여 서로의 칼퇴를 기원하게 되는 멋진 선순환이 일어났다.
어디 그녀 하나뿐이던가? 애초에 기본값이 10시 출근인 사람도 있었다. 우리 병원의 나이트 시작 시간은 10시 30분이었으며 우리는 신규든 올드든 정시 출근과 정시 퇴근을 권장하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굉장히 이례적인 사례였다. 중간에 인력이 교체되면서 앞서 거론한 천사 같은 나이트 선생님을 제외한 다른 인력들에 대해 파악할 시간이 부족하기는 하였으나, 모두들 하나같이 공통된 점이 있었다. 인계를 넘길 때 편안했다는 점이다.
 
이직한 곳에서, 나와 고작 몇 개월 먼저 입사한 신규 간호사는 인계 시간마다 고통스러워했다. 웅변대회 직전의 참가자처럼 예행연습까지 하는 모습을 보니 어딘가 단단히 뒤바뀐 형태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 시절의 나에게 '나이트=데이에게 인계 넘겨주는 사람'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더 기이해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앞선 발언은 나이트 경험이 전무한 자의 무지한 발언이다. 그러나 핑계를 좀 대자면, 해당 병원에서는 응급상황이라는 것이 딱히 존재하지 않았고, 이전까지 내가 나이트가 하는 업무라 믿어왔던 일마저 모두 데이와 이브닝에게 분산되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곳의 나이트들은 데이/이브닝의 사람들보다 경력자/실력자들이라 별달리 실수하는 일이 없었기에 그리 여겼을지도 모른다. 뭐든 잘 해낼 때보다 못할 때 그 업무가 두드러지는 법이니.)
아무튼, 인계를 준비한다는 개념이 없었던 나에게 이러한 문화는 굉장히 낯설었다. 자그마한 실수에도 꼬투리가 잡혀버리는 상황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가만히 옆에서 인계를 듣다 보니 저렇게 하나하나 트집이 잡히니 인계 자체가 두려워지는구나, 싶었다.

인계 때마다 '우리' 나이트 선생님이 그립다. 천사 같던 우리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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