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언젠가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
오랫동안 품어왔던 나만의 망상이 있다.
'나는 내 몸 안에 갇혀있다'
그러니까 이 몸에 갇혀서 내가 보는 것만 보고, 내가 듣는 것만 들을 수 있는 거지. 엄청난 손해가 아닌가?
몸에 종속되지 않고 세상 모든 것들을 다 경험하고 싶다고 애써 생각을 정립해봤지만,
사실은 그냥 몸을 떠나고 싶었다. 몸에 저장된 얼어붙은 마음을 떠나고 싶었다.
어느날 우연히 임상심리검사를 받게 되었다.
공황장애라는 진단과 함께 자율신경계가 분명 망가졌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나에 대해 말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감히 나의 무의식을 판단할 수 있지? 분노와 수치심이 들었다.
어쩌면 나도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치만 모를 수 있었다. 방법은 단순했다.
기억을 지우면 그만. 기억을 지울 수 있을 만큼 강한 나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렇게 했다.
꿈처럼 느껴질 때까지 지워버렸다.
몸에 있는 모든 땀구멍에서 식은땀이 솟아오르고, 체온은 순식간에 차가워진다. 호흡은 붕 떠서, 몸에 바닥에 붙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 아픈 과정들을 지웠다.
잠깐 쓰러지고 나면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오니까.
밑바닥을 치고 다시 수면 위로 올라가는 게 익숙했다.
그러나 몸은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언제든 도망갈 수 있는 정신과 달리,
이 몸은 자연의 법칙에 따라 현실에 붙잡혀 모든 것을 느끼고 있던 것이다.
나는 항상 나여야만 해서.
내가 가진 순수함은 절대 빼앗기고 싶지 않아서
느껴지는 복잡한 감정들을 온전히 이해하는 게 그렇게 어려웠던 것 같다.
미안하다.
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싶다.
마음이 몸에서 자유롭게 흐를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