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리듬을 찾아서
글이 이렇게 흘러갈 줄 몰랐다.
글낯을 가리는 내가
모든 것을 토해내듯이 써버릴 줄 몰랐다.
그래서 그런지 글을 쓰는 요 며칠 동안 계속 몸에 체기가 남아있었던 것 같다.
은은하게 몸이 다운되고 메슥거리는 느낌.
슬픈 것 같기도 하고 화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나쁜 것들이 몽땅 들어있는 판도라 상자 속을 헤맸다.
모든 것을 인정하는 시간을 가졌다.
임상심리 상담실에서도 웃으며 아니라고 우겼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절대 부정할 수 없던 나의 무의식 결과지 속 단어들.
- 자살 사고, 만성적 우울, 대처곤란
- 슬프고 처절하고 아프고 비통함.
- 손상된 느낌.
- 사람에 대해 생각하기를 포기함.
- 자율신경 조절능력이 망가짐.
- 공황, 두통, 위경련, 위염, 과민성대장증후군, 생리 전 증후군
- 감각을 처리하지 못함.
지속적인 고통에 익숙해진 몸은 결국, 감각을 멀리하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어느 순간 마음이 몸을 떠나게 되었다.
마음이 파산한 것이다.
상처받은 몸은 썩어간다.
생체시간을 흐르게 해주는 마음이 사라졌으므로.
변질된 근육은 경직되고 뻣뻣해져 신체 내에 흘러야 할 에너지의 조화로운 흐름을 방해한다.
심장박동, 신경체계, 대사체계 - 모든 리듬이 무너졌다.
그래서 다시 몸을 움직이기로 했다.
운동을 하고 열심히 춤을 췄다.
몸과 마음을 잇기 위해.
잃어버린 내부 리듬을 찾기 위해.
외계인과 소통하는 심정으로
다양하게,
깊고 철저하게,
겁도 없이 다정하게.
그렇게 나를 만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