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멈춘 시간의 선물

열심히 살아온 나를 위해 하늘이 준 소소한 선물

by 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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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문득, 예기치 못한 빈 시간이 찾아올 때가 있습니다. 분주하게 흘러가던 업무 시간 중, 갑자기 생긴 짧은 공백. 처음엔 그저 일의 흐름이 끊겼다는 사실이 낯설게 느껴지지만, 이내 마음은 고요해지고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생깁니다. 컴퓨터 화면에서 시선을 떼고 창밖을 바라보니, 오늘따라 하늘이 유난히 파랗습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 위로 바람이 흘러가고, 그 바람이 창틈으로 스며들어 내 곁을 스쳐 지나갑니다. 순간, 마음속 깊은 곳까지 시원해지는 듯합니다.


그저 몇 분일 뿐인데도, 이 시간이 주는 만족감은 생각보다 큽니다. 늘 무언가를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감, 끝없이 이어지는 회의와 업무 요청 속에서 지쳐 있던 몸과 마음이 잠시 멈추며 호흡을 되찾습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순간, 오롯이 ‘나’라는 존재만이 느껴지는 순간. 그것이 바로 이 짧은 시간이 주는 가장 큰 선물 같습니다.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끊임없이 ‘해야 할 일’의 목록 속에 갇혀 살아갑니다. 업무 보고서, 처리해야 할 이메일, 끝없는 일정표 속에서 스스로를 몰아붙이며 하루를 채웁니다. 그러다 보니 정작 나 자신을 들여다볼 틈조차 잊어버린 채 살아갑니다. 하지만 바로 이런 짧은 공백이, 불현듯 찾아온 빈 시간이, 우리에게 잊고 있던 감각을 되살려줍니다. 오늘의 하늘이 이렇게 맑다는 사실, 바람이 이렇게 상쾌하다는 사실, 내가 지금 살아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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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누구나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갑자기 일정이 취소되거나 회의가 연기되었을 때, 혹은 예상보다 일찍 끝난 업무로 잠시 주어진 자유 시간 속에서 느끼는 묘한 안도감. 그 시간은 길지 않지만, 마음은 그 짧은 틈 속에서 깊은 숨을 내쉴 수 있습니다. 마치 분주한 삶 속에서 잠시 열어둔 작은 창문처럼, 탁 트인 하늘과 맑은 공기가 내 안으로 스며들어 옵니다.


저는 특히 출장과 외근, 그리고 회의가 많은 직업을 가지고 있다 보니 이런 시간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낯선 도시의 카페에서 잠시 기다리는 시간, 이동 중 차 안에서 홀로 맞이한 정적의 순간, 혹은 긴 회의 사이사이에 찾아오는 몇 분의 공백. 그 순간들은 그 어떤 보물보다 값지고 소중합니다. 무엇을 하지 않아도 괜찮고, 누구에게 보이지 않아도 괜찮은 나만의 시간. 그 안에서 비로소 저는 다시 숨을 고르고, 내일을 살아갈 힘을 조금씩 충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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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인생에서 큰 위로가 되는 건 언제나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더군요. 거대한 성취나 큰 보상이 아니라,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찾아오는 작은 순간들이 우리를 버티게 합니다. 바쁜 하루 속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잠시 미소 짓는 순간, 마음을 스쳐가는 바람이 위로처럼 다가오는 순간, 그 짧은 틈이 쌓여 우리의 일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어줍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이런 시간을 억지로 채우려 하지 않습니다. 괜히 휴대폰을 꺼내어 채팅창을 확인하거나, 의미 없는 뉴스에 몰입하려 하지 않고, 그저 그 순간의 공기와 빛, 바람을 느끼려 합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충전이 되고, 내 마음에 작은 평온이 스며들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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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오늘도 당신에게 그런 순간이 찾아왔나요? 너무 짧아서 그냥 흘려보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잠깐이라도 하늘을 올려다보고, 바람을 느껴보셨기를 바랍니다. 그 짧은 시간은 당신의 하루를 지탱해줄 작은 숨구멍이 되어줄 테니까요.


삶은 늘 바쁘고, 내일은 여전히 불확실합니다. 하지만 그 사이사이 불쑥 찾아오는 짧은 공백의 순간이야말로 우리가 다시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은은한 위로가 아닐까요. 저도 오늘, 그 시간을 선물처럼 받았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되뇌어봅니다.


“괜찮아, 이렇게 잠시 쉬어가는 것도 충분히 잘 살아가고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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