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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랑 Mar 19. 2023

21. 딴 짓

안녕, 꾸씨! 제주는 어때? (표선해수욕장)


"엄마, 빨리 가요, 어서요."

꾸씨가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현관문까지 왔다갔다를 수없이 반복한다. 친구를 유난히 좋아하는 그와 남원  애견카페에 가기로 약속을 했다.

"그래, 이제 출발한다. 안전벨트 맸지?" 

"네~"

얼마나 갔을까? 갑자기 옥빛 찬란한 바다가 보인다.

'어! 여기가 표선해수욕장 맞나?'

온평리에서 서쪽으로 가려면 이 해수욕장을 지나치는데, 표선의 광활한 백사장은 온데간데 없고, 이제껏 한번도 본적 없는 옥빛 바다가 펼쳐졌다.

"꾸씨, 내려! 잠시 놀다 가자."

"엄마, 친구가 다 가버리면 어떡해요?"

황홀한 바다 빛깔에 넋을 잃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꾸씨, 해녀상 앞에 좀 서봐! 이 빛깔을 담아야겠다."

싫다는 꾸씨를 억지로 안아 해녀상 가운데 앉혔다.

그것도 잠시, 물을 그렇게 싫어하던 그가 찰랑거리는 물 위로 바로 뛰어 내려 버린다.

"오늘은 절대 양보 못해요."

물과 모래로 엉켜버린 꾸씨의 네 발은 나에 대한 반항이었다. 순간 당황했다.

"좋아! 꾸씨. 그러면 발만 말리고 가자."

그의 젖은 네 발을 따사로운 가을 햇살 아래 아주 서서히 마르고 있었다. 그 틈을 놓칠세라 내 두 눈은  아름다운 바다를 담고 또 담았다.

결국, 해가 질 무렵에서야 애견카페에 도착했고, 역시나 꾸씨의 친구는 모두 집에 가고 없었다. 그는 아쉬운지 친구들이 남겨 놓은 냄새라도 맡으려고 킁킁거리며 여기저기 어슬렁거렸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꾸씨는 한숨만 내쉬었다. 괜스레 미안했다.

"꾸씨, 다음에는 친구들 먼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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