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꾸씨! 제주는 어때? (사려니숲길)
아침에 눈을 뜨면 습관처럼 제주 지도를 꺼내 꾸씨에게 가고 싶은 곳을 묻는다. 그럴 때마다 그는 내 말은 들은 체도 안 하고 늘어지게 기지개를 켠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밥그릇을 두들긴다.
오늘 아침은 집주인 아저씨가 정원 손질을 하고 계셨다.
"아저씨, 아이와 함께 갈만한 곳이 있을까요?"
"사려니숲길은 어때? 여기서 가까운데."
"저도 알지만 그곳은 꾸씨가 들어 갈 수 없어요."
"사려니 옆길이 있어. 동네 주민이 다니는 길이야."
사려니 옆길? 들어본 적 없는 길이지만 주인 아저씨가 알려주신 대로 지도에 표시하고 찾아 나섰다.
아저씨 말씀대로 그 옆길은 있었다. 사람들이 다녔는지 길이 나름 잘 닦여 있었다.
"엄마, 이 길 맞아요?"
꾸씨는 자꾸 뒤돌아보며 확인했다.
"일단 가 보자."
얼마나 갔을까? 큰 길이 나왔다. 자세히 보니 낯익은 사려니숲길이었다.
신성한 숲의 의미를 가진 이 길은 사려니오름까지 이어져 있었다. 게다가 유네스코가 지정한 제주 생물권 보전지역이라 강아지는 들어갈 수 없었다.
"꾸씨, 여기 사려니숲길이야. 빨리 도망가자!"
아저씨가 알려 준 사려니 옆길은 사려니숲길로 이어지는 샛길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누가 볼세라 재빨리 꽁무니를 빼 도망을 갔다. 하지만 사려니숲길을 꾸씨와 잠시나마 걸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