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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랑 Mar 20. 2023

22. 개헤엄

안녕, 꾸씨! 제주는 어때? (제주 여미지식물원)


"꾸씨! 여기 봐. 오! 좋아. 이제 찍는다."

꾸씨는 나의 모델이다. 어디서든 내가 카메라를 들면 예쁘게 포즈를 취한다. 기특한 녀석이다.

"꾸씨! 이제 끝났어. 빨리 와! 다른 곳으로 가자."

그때였다. 그가 일어서더니 아무 망설임 없이 연못으로 뛰어들었다.

"악!"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소리지르는 일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물을 엄청 싫어하는 그가 연못으로 뛰어들었다. 아마도 연꽃으로 덮여있어 땅이라고 착각했나 보다.

'이를 어떡해?'라고 생각하기도 전에 그는 유유히 내 쪽으로 헤엄쳐 오고 있었다. '개헤엄'은 들어봤어도 본적은 처음이었다.

'꾸씨도 헤엄을 치는구나!'

그의 몸이 연못의 부유물로 더렵혀졌다. 옷을 입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옷을 벗기자 벌거숭이 임금님 같아 웃음이 나왔다. 이제 겨우 한국정원에 왔는데, 예쁜 사진을 남기려던 나의 욕심은 저만치 물 건너 가고 있었다.

꾸씨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옷을 벗겨 놓으니 만세를 불렀다. 물에 빠져 놀란 기색도 없이 싱글벙글 웃으며 어여 오라고 손짓을 했다. 행복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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