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추구가 가져오는 쾌감
운동을 다시 루틴을 넣어버린지 벌써 몇 달이 흘렀을까. 호주로 다시 돌아와서 나의 오래된 짐 파트너와 다시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럭비선수 출신, 110KG에 거구, 그리고 운동 친화적인 호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동생은 운동에 대한 접근부터가 다르다.
그저 오늘만 살고 내일은 없는 그런 식으로 자기를 몰아치는 운동은, 솔직히 부상 때문에 꺼려졌지만, 어느새 두 달 가까이 같이 하기 시작하면서, 변화도 눈에 보이고, 적응되기 시작했다. 물론, 힘든 건 똑같다. 대신 회복력이 좋아진다고 해야 하나? 솔직히 운동하다 정말로 기절하고 싶었다. 너무 힘드니까, 근데 이상하게 힘든데도 운동을 빼먹자 하는 생각은 안 들고, 하루 루틴을 운동으로 맞추게 되는 신기한 현상.
그렇게 어느 날처럼 정말 죽을 듯이 어깨를 그냥 탈부착해서 다니고 싶을 정도로 힘든 날이었다. 운동이 끝나고 헬스장 바닥에 기대서 숨을 고르면서 이야기 중이었는데, 우리가 매일 같이 힘들게 운동하니까, 다른 사람들도 우리랑 같이 운동하자고 약속을 잡고 그래서, 그런 얘기 중에 던진 농담.
"아니, 근데 운동하면 여자 생긴 다며? 왜 남자만 자꾸 꼬이는 거야? ㅋㅋㅋ"
"형, 그 짤 못 봤어요?"
별거 아닌 짤에 우리는 왁자지껄 미친 듯이 웃었다. 진짜 운동 중에 너무 힘들어서 나온 신음 소리(?) 저리 갈 정도로, 별거 아닌 거에 미친 듯이 웃어버렸다. 그러다가 문득 떠올랐다. 아 이게 이렇게 웃긴 게 아닌데 왜 이렇게 재밌지? 하면서.
그러면서 '도파민네이션'에서 봤던 내용이 떠올랐다. 도파민은 쾌락을 주는 신경전달물질로, 우리가 어떠 한일을 달성했을 때 만족감과 기쁨을 준다. 그러므로 우리가 특정 행동을 학습하고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일종의 힘든 일에 대한 동기부여를 해준다.
재밌는 건, 이 도파민을 주는 중추신경계가 고통 또한 담당한다는 것이다. 고통과 쾌락은 서로 저울 반대편에서 평행을 맞추려고 한다는 것이다. 쾌락을 강하게 느꼈다면, 뇌는 평행을 유지하기 위해서 고통을 준다. 반대로, 고통을 많이 느꼈다면, 뇌는 평행을 위해 쾌락을 준다.
이 같은 맥락에서 설명하자면, 운동에서 너무 고통 스러 웠던 우리는, 별것도 아닌 짤방에 그렇게 재미나게 웃었다는 게 아닐까 싶은 거다. 방금 전까지 고통을 맞봤기 때문에, 이제 운동이 끝났다는, 휴식이라는 보상 앞에서 도파민이 미친 듯이 분비되었을 거고, 그래서 낙엽 떨어지는 것에도 웃는 여고생들 마냥 재밌게 웃었을까 싶다.
실제로 '도파민네이션'에서 이런 도파민이 주는 중독에 맞서는 내용으로 고통 추구가 있다. 우리는 쾌락을 맞보기 위해 하면 행복한 것에 초점을 맞추지만, 그것이 오히려 고통을 부르기 때문에, 고통을 자극해 쾌락을 맞추는 것이다. 저자는 말했다.
우리는 고통에서 도망치려고 약물 복용, 넷플릭스 몰아보기 등 자신으로부터 관심을 돌리기 위해 거의 뭐든지 하려 든다. 하지만 이 모든 회피 시도는 고통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우리는 세상으로부터 도망치는 대신 세상에 몰입함으로써 탈출구를 만들 수 있다
결국 우리가 쾌락을 좇기보단, 오히려 어쩌면 고통을 추구함으로써 우리 인생을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일이 힘들고 길고 재미없을수록, 우리에겐 더 많은 보상(쾌락)이 올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