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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프보이 Mar 10. 2023

시드니에서 외노자로 사는 것


세상 어느 일터나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북적 거리는 평일 아침. 트레인에 탑승하면 외국인들 누린내가 나를 반겨준다. 내가 지금 한국의 지옥철이라면 이곳을 부러워할까? 아니면 차라리 한국의 지옥철이 차라리 더 낫다고 생각할까? 마지막으로 한국을 가본지도 벌써 4년이나 지났기 때문에 한국의 지하철이 어떤 기분이었는지 조차 가물가물 하다.


출근을 하기 전, 카페에서 매일 보는 바리스타가 날 맞이해 주고, 바리스타는 아이스라테?라고 날 잘 아는 듯이 물어보고, 난 그렇다고 한다. 이렇게 더운 날씨에도 뜨거운 커피를 시켜 먹는 호주인들은 이제 더 이상 낯설지가 않다. 커피는 뜨거워야 맛있다나. 뭐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게 시작되는 일상은, 한국인으로서의 가면이 아닌 호주 바닷가 문화의 가면을 쓰고 시작한다. 우린 모두 친구고, 눈이 아닌 입으로 웃어주고, 본지 얼마 안됐지만 마치 반 평생을 본 사람들처럼 인사 해준다. 


시드니 로즈의 밤


시드니에서 외노자로 사는 건 어떤 것일까?


그냥 호주가 아닌 시드니라면 외노자로 사는 게 사실 그렇게 낯설지 않을 수도 있다. 왜냐면 시티만 나가면 사실 여기가 싱가포르인지 호주 시드니인지 분간이 안 갈 때가 많다. 


2021년 센서스 (호주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NSW (시드니가 속한 주)에서 호주가 아닌 해외에서 태어난 사람들의 비율이 29.3%고, 집에서 '영어'만 쓰는 사람의 비율은 67.6% 밖에 안된다. 생각보다 퓨어하게 우리가 알고 있는 호주인의 수는 그렇게 많지 않은 것이다. 적어도 시드니에서는.


실제로 직장이든 생활이든, 시드니는 정말 인종이 다채롭다. 중국인, 한국인, 인도인, 레바니즈, 앵글로색슨계, 라틴계, 아이리쉬계 등. 한국에서 떠올리는 호주가 완전한 백인나라라는 느낌은 시드니에서 가지기 힘들다. 물론 시골로 가면 다른 얘기지만.


아무래도 호주 최대 대도시이다 보니, 일자리도 많고, 아파트도 유닛(빌라 개념)도 많아서 외국인이 살기에 좋은 것 같다. 더불어, 너무 백인만 있으면 내가 stranger란 느낌이 많이 들 텐데, 시드니는 그런 느낌이 잘 안 들어.


일자리


요새 일자리 시장은 아직까지 파란불이 들어오는 것 같다. 일단 호주 처음 오면 잡을 많이 구하는 hostitality 쪽은 작년부터 계속해서 staff shortage라고 하는, 소위 말해 직원이 부족한 증상이 있었고, 현재도 요리 쪽은 특히 일자리가 많이 있는 것 같다. 셰프들이 자기들 항상 오버타임으로 일한다고 투정 부리는 거 보니까 말이다. 


내가 일하는 회계도 마찬가지, 코로나의 3년 공백이, 많은 유학생과 워홀러들을 돌아가게 했고, 우리 필드도 계속해서 스태프 충원이 어려웠다. 


이제 워홀러들도, 새로운 유학생들도 발맞춰 입국하는 것 같으니, 이 staff shortage 가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호주는 항상 부족한 필드들은 계속 부족하다. 간호사들이라 던 지, 요리사들 이라던지, 그러므로 이쪽 일을 생각한다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살인적인 렌트비(월세)


시드니의 렌트비는 정말 잔인하다. 이건 외노자뿐만 아니라 호주현지인들에게도 적용되는 말이다. 원래 비쌌지만 코로나 이후로 긴축이 들어가면서, 집값은 떨어지고,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렌트(월세)로 우후죽순 몰리기 시작하면서 미친 듯이 더 올라가기 시작했다. 


Sqmresearch에 따르면, 시드니 렌트비는 작년 대비 33% 올랐다고 한다. 말도 안 되는 변화다. 내가 3 베드 아파트를 1,000불을 작년에 내고 있었다면, 올해는 높은 확률로 1300불 정도 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 월세로 들어가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파트마다 주말만 되면 인스펙션 보겠다는 사람들로 줄을 선다. 어쩌다가 빈방이라도 나면 하루 만에 마감을 한다, 그만큼 방 구하기가 힘들고 가격도 많이 올랐다.


이미 렌트비가 2023년에 솟구치기 전에도, UBank에 따르면 NSW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은 본인 수입의 32%를 월세를 평균적으로 지출하고 있다고 했으니 (이 수치는 평균 27-28%인 다른 주 보다도 높았다), 지금은 얼마나 더 힘들까?


시드니 패딩턴

그럼에도 산다


그럼에도 산다. 미세먼지 하나 없는 날씨 그리고 반갑게 웃어주는 사람들. 이거 두 개 만으로 시드니에서 살아볼 매력은 충분한 것 같다. 


누군가는 그럴 것이다. 그래도 영어 쓰며 일하고 살아야 하는데 안 힘드냐고? 영어를 쓰든 안 쓰든 인생은 힘들다. 그리고 시드니는 말했듯이 외국인 비율이 굉장히 높다. 너도 나도 영어 그렇게 잘 못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하고 사는데 그렇게 엄청난 수준의 영어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사람들은 어차피 쓰던 문장, 단어만 돌려 쓴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이유. 마음의 여유다. 호주 사람들은 급하게 가지 않는다. 줄이 길어도 진득하게 기다리고, 양보 운전을 하면 고맙다고 손을 흔들어 주고, 클락션도 잘 울리지 않는다.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고, 눈을 마주치면 가볍게 인사를 해준다. 


시드니에서 외노자로 살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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