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가장 슬플 때 어떻게 되는지 알아? 자살이라도 할 것 같지? 아니야. 화가 나기 시작해. 내가 왜 이렇게 태어났는지 부모님한테 화가 나. 나를 이렇게 만든 사람들한테 화가나. 왜 나한테만 이런 거지 같은 운명이 찾아오는지 신한테 화가 나.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한테 화가 나. 내가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안 들어. 그래서 진짜로 죽여버리면 그게 자살인거야.”
형의 말에는 일리가 있었다. 형의 눈에는 슬픔과 분노가 같이 보였다. 형은 얼마 안 가 죽었다. 나는 장례식장에 가장 먼저 찾아갔다. 처음 가는 장례식장이라 뭘 입어야 할지 몰랐다. 대충 검정색으로 맞춰 입고 갔더니 다들 나를 반겼다. 절을 마치고 식사 자리에 앉자 형의 여자친구분이 다가왔다.
“시우야 와줘서 고마워. 넌 참 멋진 아이야. 이런 좋은 사람들을 두고 먼저 떠나다니.”
“…”
“난 진수랑 3년 넘게 사귀었지만 아직도 진수가 왜 죽었는지 도무지 모르겠어.”
‘너 때문이야.’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말해봤자 뭐하겠나. 죽은 사람을 살려낼 수는 없고 살아있는 사람의 행복을 뺏을 필요도 없다. 행복은 소중한 것이다.
“저도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형은 참 좋은 사람이었어요. 저희가 곁에 두기에 과분한 사람이었죠…”
“그러게. 혹시 오늘 저녁에 뭐해? 시간되면 밥이라도 같이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