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질긴 족쇄, 가장 지긋지긋한 족속 - 서평포함
2023년 3월 17일 금요일 저녁 함안 시이모부님 집에서 소천하심
다음날 1일장으로 치른다고 연락 옴
함안에 있는 가야 한국병원 장례식장
2023.3.18. 토요일 아침 9:30~ 낮 1:40 ( 4시간 10분 )
어머니 친정가족 구성
딸 1 , 딸 2, 딸 3, 딸 4, 아들 5, 아들 6
배우자 알파벳 소문자 a로 표시
모인 사람 : 14 명
가족이외 아무도 부르지 않았다.
1(배우자 ) , 1-1 ( 상주 ) = 2명
2, 2-1, 2-1- a ( 문주리 ) = 3명
3, 3a, 3-1, 3-2, 3-3, 3-3-a, 3-3-1( 5세) = 7명
4- 이유 모른 불참
5- 오다 접촉사고로 불참
6, 6-a = 2명
이모부님 생전 미리 시신기증 서약으로 11시 대구대학병원에서 시신기증받으러 온다고 함.
제일 늦은 3-3, 1시 30분 도착해서 절하면서 작은 장례식은 끝이 났다.
살면서 여럿 장례식을 다녀봤지만 이렇게 외롭고 쓸쓸한 장례식은 처음이었다. 이모부의 평생 떠돌이 생활에 지친 아들과의 단절이 이런 결과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하나밖에 없는 외동아들은 아버지를 평생 외면했고, 이모부도 그런 아들이 아쉽지 않았다. 이모는 평생 돈을 버셨다. 돈 벌어 오는 남편을 믿지 않았기에 당신이 벌어야 했다. 그러다 이모는 귀향을 결심해서 함안에 자매들이 모여살게 된 것이다. 이때도 이모부는 여기저기 떠돌이 생활을 하셨단다. 사람이 너무 좋아서 다 퍼주고 사기당하기를 수십 번. 그만하라고 아무리 말려도 이모부는 식구들 말보다 다른 사람 말을 더 잘 듣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자식이 떠날 수밖에 없었을 듯.
그 자식은 집을 나가서 결혼을 해서 행복한 가족을 이루고 싶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 부모님을 무시하는 남편보다 더 시댁을 무시한 며느리는 시어머니 전화를 수신차단으로 끝을 내렸다. 그러다 5년. 손 하나 보태지 않은 며느리는 재산의 반을 뚝 잘라서 떠나버렸단다. 그렇게 우리 시이모님 댁은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 그런 가족이 아버지의 죽음으로 장례식장에서 모이게 된 것이다.
평생 밖으로만 돌던 이모부는 치매로 집에 돌아오셨다. 치매는 집나간 사람을 다시 돌아오게 하는 환장할 지랄병이라고 이모는 성질을 내셨다. 2개월 전 이모는 이모부가 정신이 온전할 때 시신기증에 대한 절차를 밟았다고 한다. 아들도 집에 없고 혼자 남을 배우자를 위해 서로는 시신을 기증하자고 하셨다. 그것이 그나마 하나밖에 없는 자식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방법이라고 생각하셨단다.
" 저 영감이 서류 정리하고 두 달 만에 먼저 써먹네! "
" 시신기증하면 1년 후 유골함에 넣어 보내준단다. 그동안 발 쭉 뻗고 잠 좀 실컷 자야겠다. 저 영감탱이 밤낮으로 기저귀 가는 통에 잠도 제대로 못 잤는데 말이야. "
" 그래도 금요일 밤에 죽었으니 그나마 토요일 식구들이 모였지. 암만."
이모는 웃으며 말씀하셨지만 아무도 웃지 않았다.
우리의 작은 장례식은 4시간 만에 끝이 났고, 가족들은 모여 밥을 먹고 차를 마셨다. 한가로운 오후 햇살이 이리도 좋을 수가 없었다. 삶과 죽음이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식 만큼이나 복잡하고 대충 할 수 없는 것이 장례식이다. 그런데 이모부는 방랑자답게 마지막도 훌훌 떠나가셨다. 초라하고 단출하게 식구들 14명만 모였지만 이사실을 그들 누구도 서글퍼하지 않아서 더 서러웠다.
난 이모부 돌아가신 바로 그날 " 가장 질긴 족쇄, 가장 지긋지긋한 족속, 가족 - 류현재 장편소설" 을 한번에 읽어내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신기하게도 부모님과 4남매의 기억이 각자 다 달라서 놀라웠다. 글은 각자가 주인공이 되어 3인칭 시점으로 써내려간다. 작가는 죽어가는 부모의 눈으로 자식 4명의 각기 다른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게 했다. 같은 일도 자기에겐 더 특별했고, 더 섭섭했다. 그래서 맘에도 없는 막말을 쏟아낸다 .가족이기에 이해할거라 생각했다고 한다. 전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요즘 달라졌다고 하면서. 가족이기에 더 상처받는다. 그건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고, 아집이고 고집불통이었다. 그러면서 각자 본인을 변명하기에 바쁘다. 이기적이지만 누구도 욕할수 없다.
https://search.shopping.naver.com/book/catalog/32480598809
이 책은 부모님 돌아가신분, 부모가 살아있는 분, 특히 아픈 부모가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은 글이다. 작가는 가슴 아픔을 달래기도 이해하기도 그럴수 밖에 없었다고 변명을 해주기도 한다. 부모님을 병간호로 맘고생 했던 우리 남매는 이 책을 한 번씩 읽어보기로 했다. 우린 부모님을 보내드리면서 더 단단해졌고, 한뼘이상 자랐다. 그당시를 위로하고 싶었다. 토닥토닥할 만큼 따스한 책은 아니지만 다른 생각을 이해할 수 있는 맘그릇을 키울 수 있을만한 책이다.
장례식과 책 덕분에 내 가족에게 더 잘 하고 싶어졌다. 한마디라도 따스하게 말하고 싶었고,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었다. 내 만족이 아니라 내 식구들이 원하는걸 해주고 싶었다. 가족이 나한테 족속이 아닌 감사한 대상이길 간절히 빌어본다. 지금 살아있음을 감사하며 건강히 잘 지내는 하루하루를 소중히 살아가고자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