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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이 Apr 13. 2023

빨리 월요일이 되었으면 좋겠어!

몽실이의 학원 입문기

퇴근 무렵,

병설 유치원에 몽실이를 찾으러 가면, 항상 그 즈음 유치원 원아 서너 명을 찾아 태우고 가던 노란 승합차. 그 차에 몽실이의 단짝 친구가 쪼르르 학원 차량 선생님을 따라 올라 타면, 그 모습을 한 없이 바라보며 부러워했던 몽실이. 00이는 유치원이 끝나면 피아노 학원도 가고, 태권도 학원도 간다고. 또 누구는 무슨 무슨 학원에 다닌다고!! 왜 자신은 유치원이 끝나면 항상 집으로 가야 하냐고. 누구들처럼 노란 버스 타고 가고 싶다는 그곳!

학! 원!


 엄마 딴에는 너를 위해 그 노란 버스에 태우지 않았는데!

 5시 늦은 시간에 하원하여 집에 가서 씻고, 간식 먹고, 책 읽고, 쉬다가 저녁 먹는 일상이 유치원 꼬맹이들에게는 더 나을 듯 한데, 그 아이들도 아마 퇴근이 늦으신 부모님의 여건 등을 고려해서 유치원 끝나고도 학원으로 일명 "뺑뺑이"를 돌고 있는 것 같은데! 그 모든 설득의 이유 등을 간신히 삼키고, "그래, 우리 몽실이도 저 학원에 가고 싶은가 보구나! 그럼 우리 초등학생 되면 갈까?"하고 아이를 달래곤 했다.


 3월은 학교 적응 기간이라 몽실이가 여러모로 피곤할 듯 하여, 4월이 넘어 서서야 그 약속 이행을 하게 되었다. 유치원 단짝 친구가 다닌다는 00음악학원.

 미리 전화로 상담 예약을 하고, 하굣길에 몽실이의 손을 잡고 직접 방문해 보았다. 상가 건물 6층. 학교 근처라서 유해 시설은 없지만, 상당히 차량 왕래가 많은 곳에 있고, 상가에 입주한 상점들이 어른들도 많이 왕래하는 곳이라 우려되는 점도 보인다.


 엄마의 속은 아는지 모르는지 몽실이는 며칠 전부터 들떴었다. 학원에 들어서자 넓은 홀에 놓인 그랜드 피아노가 눈에 들어온다. 조그마한 연습실이 촘촘히 양 옆에 있고, 몽실이 또래 아이들이 연습실을 드나들고 있다. 몽실이는 단짝  00이가 있나없다 목을 빼고, 학원 안을 두리번거리느라 반갑게 맞아주시는 원장님을 보며 인사조차 드리지 않는다. 내가 옆구리를 꾹~ 찌르자 그제서야 눈은 학원 안을 훑어보며 간신히 고개를 꾸벅한다.


 원장실에서 상담을 받는 동안 몽실이의 목은 원장실 밖으로 쭈~~욱 늘어나 있다. 드디어 단짝 00이를 발견했는지 눈이 반짝! 상담이 끝나자 마자 쏜살같이 달려나가 단짝 친구를 얼싸안고 깡충깡충! 녀석, 피아노를 배우고 싶은 건지, 친구를 만나고 싶었던 건지!




 이미 대학생이 된 첫째 딸 첫 피아노 학원을 보냈을 때가 스쳐 지나간다. 몽실이 때처럼 초등학교 막 시작했을 때, 그때는 육아휴직을 하지 않아서 무척 바빴던 나는, 첫 애를 학원 뺑뺑이를 시켰었다. 말없이 재미있게 잘 다니는 거 같던 애가 초등학교 3학년 때 갑작스레, 울먹이며 피아노학원 가기 너무 싫다고. 억지로 보내지 말라고. 그 땐 얼마나 충격적이었던지! 얼마나 싫었으면 저렇게 울음 바다가 될 정도가 될까. 첫 아이를 키울 때는 경험도 요령도 부족했던 나는 가슴이 철렁해서 급히 피아노학원에 연락해서 혹시 우리 애가 피아노 학원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힘들어하지는 않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원장님은 난처해 하시며 별 일은 없었는데...하며 말씀 끝을 흐리셨더랬다.

 엄마로서 촉이 왔다. 첫애는 엄마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큰 아이였다. 엄마가 보낸 곳이니, 성실히 다녀야하고, 힘들어도 참아야 하고, 성과를 내야한다고 생각했으리라. 미안하고 가슴이 먹먹해왔다.

 지방에서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올케 언니에게 고민을 상담했더니, 올케 언니는 단호히 "아가씨, 00이가 힘들어하면 피아노 학원 보내지 마세요. 아이들도 적성이 다 다른 거에요. 그 아이가 힘들어한다면 피아노에 적성이 안 맞는 거구요. 적정에 맞지도 않는 아이 억지로 시켜봤자, 고학년 되면 다 포기하고, 어차피 어른이 되면 피아노 다 까먹어서 써먹지도 않아요!"

 올케 언니의 말이 그 당시에는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피아노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의 말씀이니 더 그랬다. 당시에는 여자 아이는 피아노 학원, 남자 아이는 태권도 학원을 보내는 것이 평범한 관례 같은 것이어서, 나 또한 우리 딸이 예쁘고 곱게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하는 모습을 꿈꿔왔던 거 같다. 또한 장차 커서 교회에서 피아노 반주를 하는 아름다운 청년으로 자랐으면 하는 소망도 가슴 속에 있었다. 그래서 딸아이의 마음도 깊이 살피지 않고, 당연한 코스처럼 피아노 학원에 등록 시키고, 아이가 지나치듯 힘들다고 하면, "피아노는 오랜 시간 연습이 필요해. 이번 고비만 잘 넘겨보자"며 아이의 말을 한 귀로 흘려보내곤 했었다.

 반성했다.

 그 피아노 사건 이후로 남들이 보낸다고 보내지 않고, 아이의 욕구를 살피고, 아이의 흥미를 고려해서 학원을 선택해 주었더랬다. (둘째는 첫째의 사례 덕분에 자신은 그 지겨운 피아노 학원을 안가게 되었다고 지금도 좋아라 한다^^;;)



 그런데 우리 집 막둥이,

 엄마 나이 41세에 찾아와준 기적같은 선물,

 우리 집 복덩이, 행복이, 사랑이!

 우리 몽실이가 간절히 그 피아노 학원을 원한다!!

 언니 때의 안좋은 경험을 떠올려 엄마는 몽실이가 원했을 때, 곧바로 들어주지 않고 좀 기다려주었다. 그래도 원하고, 원하는 이유가 피아노를 연주하고 싶은 것인지, 유치원 때 단짝 친구 00이를 만나고 싶은 것인지 아직은 헷갈리지만, 엄마는 몽실이가 스스로 학원을 가고 싶어하니 대견하다. 일단 응원해 주고 싶다.





 학원 원장님과 상담을 마치며, 다음주 월요일부터 등록해서 보내기로 결정했다.


"엄마, 엄마~ 피아노 학원 안에 문들이 많았어! 그 문에서 00이가 나왔어!"

"연습실이야. 선생님께 배우고 각자 피아노가 있는 연습실에 들어가서 연습하는 곳이지"

"우와~~, 근데 어쩌지?"

"왜?"

"난 피아노 하나도 몰라. 어쩌지? 00이는 벌써 3단계래. 난 몰라서 어쩌지?"

"모르니까 배우러 가는 거지!! 걱정마, 선생님이 다 알려주실 거야."

"그래도 난, 난 하나도 모르는데..."

"누구나 처음에는 하나도 모르는 거야. 엄마도 처음에는 하나도 몰랐어."

"정말? 정말 몰라도 돼?"


걱정과 기대감이 뒤섞인 몽실이의 사랑스런 표정!

어찌 이렇게 사랑스러울까!

돌아오는 길에 몽실이 손가락을 펼쳐서 손가락 번호를 알려주자, 허공에 대고 멋대로 피아노 연주하는 시늉을 해 본다. 벌써 연주자가 된 듯.


"엄마, 어떻하면 좋아!"

"아~~ 왜 또?"

"빨리 월요일이 되었으면 좋겠어!"


하하하하...

돌아오는 길 내내 오늘 곧바로 피아노 수업을 받고싶다며 궁시렁 궁시렁.

왜 월요일부터 간다고 했냐고 궁시렁궁시렁.


몽실아,

뭐든지 궁금해하고,

배워보고 싶어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는

너의 8살을 응원해!

너의 초1을 사랑해!



그 마음이,

배움에 대한 간절한 네 마음이

중학교, 고등학교...

아니면 그 후까지 계속되기를~~

그런 기적을 엄마는 실없이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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