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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이 Apr 10. 2023

학교가 궁금해

6학년 선배의 손을 잡고

3월 6일 월요일.

학생이 된 둘째 주 첫 날이자,

입학 후 둥교 두번째 날.

월요병도 없는지, 몽실이는 등교할 때도, 하교할 때도 뛴다.

달려오는 발걸음과 동시에 자동반사처럼 열리는 입.

"엄마~ 오늘은~~"으로 판타스틱한 하루를 열어 준다.


 "6학년 1반 형님들이 우리 반으로 와서!!"

 "와~ 6학년 형님들이 와서?"

 무슨 활동을 했을지, 경력 25년차 엄마는 눈으로 훤히 보이는 거 같지만, 짐짓 모르는척, 엄청 궁금하다는 듯이 말꼬리를 한껏 올려서 물어본다.

 숨도 안차나 보다. 6학년 짝궁 오빠랑 손을 잡고 학교 구석구석을 탐험한 이야기가 한보따리 풀어진다.

  1학년 학교 적응 활동 중에 하나다. 교실 밖으로 나가 학교 구석구석을 둘러보고 각 교실이나 특별실의 위치를 대충이라도 익히게 하는 거다. 보통 다른 학교에서는 1학년 담임 선생님이 20여 명의 반 아이들을 두 줄로 세워서 복도를 지나치며 "여기는 교무실, 여기는 보건실."등 간단하게 일려주는 수업이다. 한 바퀴 학교를 돌고 오면 20~30분 소요. 다시 교실로 돌아와서 ppt나 사진 자료를 보여주며 확인하는 수업. 가뜩이나 덩치 큰 학교에 주눅이 들고, 어두컴컴하고 긴 복도가 낯설고 무섭기만 했던 신입생들도 이 활동을 하고 나면 제법 학생티를 내며 "나 도서관 안다!" "강당은 2층이잖아!" "보건실 내가 데려다 줄까?"하며 아는 척을 해대곤 했던 기억이 난다.


 몽실이가 다니는 학교는 혁신학교이다. 다른 일반 초등학교보다 좀더 유연하다고 할까? 경직되고 형식적인 일반 교육과정에서 탈피해서 좀 더 다양하고, 실험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아이들 중심으로 펼쳐지는 학교이다. 교사들의 역량이 한껏 꽃피워지는 학교랄까? 4년을 혁신학교에 근무하면서, 아이들에게 이렇게 집중할 수 있으며, 아이들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을 이렇게 고민하고 힘써 본 적이 없다고 고백할 정도로 교사의 열정을 불태우도록 도와주는 학교다.

 그래서 학교 둘러보기 활동도 6학년 형님들과 짝을 지어 둘러보도록 활동 계획을 세우신 듯 하다. 학교를 얼어붙게 했던 코로나의 위기가 이제 서서히 물러가고 학교에도 봄이 오나보다. 학년을 연계해서 이런 활동도 가능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짝궁 오빠한테, 나는 4층이 가장 궁금하다고 했어!"

"왜?"

"유치원 때 다 가봤는데, 4층은 못 가봤거든~"


몽실이는 병설유치원을 2년째 다녔더랬다. 그래서 그런지 1학년 입학을 해서도 학교가 그리 낯설지 않은 거 같다. 학교에 친숙함을 느끼며 "우리 00학교는요"를 입에 달고 살 정도다.  비싼 사립 유치원이나 영어 유치원에 대한 고민을 안 해보것은 아니다. 그러나 몽실이를 위해 병설유치원을 선택했다.  그 이유 중에 가장 중요한 이유를 지금 누리고 있는 셈이다.

 "4층은 어땠어?"

 "음, 별로 없었어, 교실만 있었어. 그래서 오빠랑 얼른 내려왔어."

 "4층 옥상 정원 좋은데."

 "옥상 정원 있었어? 오빠는 왜 모르지? 6학년인데 왜 모르지? 나 가보고 싶어, 엄마."

 당장 옥상에 올라가려는 듯 내 손을 잡아끄는 몽실이.

 "다음에 기회 많아. 거기서 공부도 할걸?"

 "와~~"

 몽실이의 눈동자에 기대감이 가득.

 기대감으로 시작되는 너의 초등생활을 응원해!

 항상 지금 같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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