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발행한 브런치 글 두 편이 다음 메인에 떴지만,
지난달 작가 합격을 했지만 당장 저장된 글을 발행하려고 보니 무엇인가 할 것이 굉장히 많았다. 우선은 프로필도 설정해야 했고 브런치북을 세팅하는데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한참 동안 끙끙거리기도 했다
브런치 시스템이 익숙하지 않아서 처음엔 많이 헤맸지만 어찌어찌해서 브런치북을 만들고 연재를 하려고 표지까지 다 만들어뒀다. 그런데 관문은 연재를 무슨 요일에 할지 결정하는 것이었다. 연재를 한다고 약속하면 부담이 될 거 같아 어떤 요일이 제일 편할지 고민을 많이 하다가 결국엔 연재를 시작도 못하고 멈춰 버리고 말았다.
나의 특성상 처음에 시작할 때 정보를 굉장히 많이 찾아보고 신중하게 행동을 하는 편이다. 그런 과정에서 에너지를 정말 많이 쓴다. 그리고 어떤 중요한 것을 결정할 때는 단숨에 결정하기보다 최소 하루, 중요한 사안의 경우 몇 달 동안 고민하기도 한다.
당장 업무도 할 일이 많았기에 브런치북을 언제 발행할 것인지의 고민은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서 지워져 버렸다.
불과 5월 초만 해도 나는 당장 눈앞에 닥친 중요한 일이 있었다. 강의 자료를 마감해야 했다. 그래서 황금연휴도 반납하고 며칠간 열심히 공유 오피스에 출근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엄청난 집중을 했다.
드디어 강의 자료마감일이 왔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내용을 검토해 보다가 이 부분이 해결이 안 되면 ppt를 완성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나의 구구절절한 물건 정리 이야기를 소개하는 것.
강의 때 내 과거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은 할 거지만, 물건 하나하나에 담긴 사연과 생각, 비우면서 느낀 점을 자세하게 설명할 여유는 없다. 참석해 주시는 분들이 글도 읽으면 도움이 될 것 같아 내 브런치를 소개하려고 했는데, 이건 뭐 작가 지원할 때 글 3개 저장해 놓은 것마저도 발행을 안 했잖아... =_=;;
이젠 저장해 둔 브런치 글을 더 이상은 미루지 않고 발행할 때였다. 브런치북에 연재로 올리려고 했는데 글을 한 번 다듬고 발행 버튼을 누르니까 그냥 일반 글로 발행이 되어 버렸다. 발행 버튼을 누르면 추가로 브런치북에 넣을 수 있는 메뉴가 뜰 줄 알았는데…
아무튼 실수로 발행이 된 탓에 브런치북에는 어떻게 넣어야 하나 글을 삭제하고 다시 올려야 하나 고민하던 사이 갑자기 라이킷이 한 명, 두 명, 세 명... 쭉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브런치북 연재는 내려놓고 이게 운명이겠거니... 하면서 매거진을 만들고 거기로 분류를 해뒀다.
브런치 앱은 스마트폰에 설치했지만, 나는 알림을 웬만하면 꺼두는 편이다. 그래서 실시간 알림은 보지 못하고 저녁에 우연히 브런치에 들어갔는데 갑자기 조회수가 1000을 돌파했다는 알림이 떴다.
그동안 브런치를 눈팅으로 많이 했더니 조회수가 갑자기 늘어났다는 것은 다음 메인 화면에 노출되었다는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통계를 보니 역시 내 예상이 맞았다. 모바일 다음에 내 글이 노출되고 있었다.
사실 포털 메인 화면에 글이 노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7년 호주에서 지낼 당시 트렌드였던 티스토리 블로그를 얼렁뚱땅 시작해서 두 번째로 올린 글이 다음 메인 화면에 노출돼 조회수가 4만을 넘긴 적이 있다. 그 당시는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전이라 pc로 내 글이 노출되었을 것이다. 그땐 처음이라 수많은 댓글이 한꺼번에 쏟아지고 악플인 듯 아닌듯한 댓글도 받으며 많이 놀랐다.
그 일 이후 내 글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어 읽힌다는 것은 상당히 두려움으로 다가왔고 악플이나 비난 여론에 자살하는 연예인의 심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나같이 별 거 아닌 사람도 잠시나마 노출된 글의 반응을 보며 두려웠는데 연예인들은 오죽할까.
2009년에는 기자 일을 하면서 썼던 기사들이 다음 메인화면에 몇 번이나 올라간 적이 있었다. 물론 공적인 내용이고 정보성 글이었기에 도움받았다는 댓글을 받고 기분은 좋았지만, 사적인 글을 올리는 건 여전히 부담스러워 블로그는 하지 않았다.
그래도 2013년부터 네이버 블로그에 일기처럼 조금씩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2017년에 썼던 글 중 하나가 네이버 메인 화면에 노출이 되었다. 그때는 하루 정도 노출이 되었고 조회수는 5천 정도였지만, 다른 네이버 블로그와는 사뭇 다른 긴 분량의 글 탓인지 소소하게 몇 분 정도 이웃이 추가됐고 댓글도 남겨주셨으나 (댓글은 꽤 있지만 내가 가입한 카페에 글을 홍보해서 그걸 보고 와주신 분들이 남긴 댓글이 대부분) 기대 이상의 큰 반응은 없었다.
어쨌든 몇 번의 메인 화면 노출을 경험해 본 탓에 이번에도 '어 올라갔네' 생각했다. 그리고 브런치를 막 시작한 작가들을 메인 화면에 올려준다는 내용을 보기도 했었고. 담당자분이 내 글을 눈여겨보고 있다가 올려 준 것 같아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첫 글에 넣었던 정리 전의 집 사진이 너무 적나라해서 그랬던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남편이 말하길, "이 썸네일 사진을 어떻게 안 눌러보겠어? 딱 눌러보고 싶게 생겼다."
다음 메인 화면에 노출된 나의 브런치 첫 글은 조회수가 2000 정도 되었다. 그런데 브런치에 올린 두 번째 글도 다음 화면에 노출되기 시작했다. 왠지 스스로는 부끄럽게 느껴지는 시시콜콜한 정리 경험담이라 계속 이어지는 노출에 부담되면서도 기분은 좋았다.
2017년 책 한 권 내보겠다며 이를 악물고 썼던 글, 하지만 외장하드에 7년째 묵혀있던 글이 이제야 세상에 나와 빛을 보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2009년부터 치열하게 이어갔던 물건 정리의 경험과, 그 글이 만들어졌지만 묵혀뒀던 오랜 시간이 인정받는 느낌이었다.
두 번째 글은 가방 정리를 하면서 적은 글인데, 그 글은 다음 메인 화면뿐만이 아니라 구글 디스커버에도 노출이 되었고 어제부터는 브런치 메인화면에도 추천 글로 뜨게 되었다. 폭발적인 조회수는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노출이 되고 있는 중이고 조회수는 1만 2천을 넘겼다. 브런치에 첫 글을 발행하고 2주도 채 되지 않았는데 나머지 발행 글 3개를 포함해 조회수가 1만 5천에 가까워졌다.
예전 메인 화면 노출 경험으로 봐서 글이 노출된다 해도 갑자기 내가 인기 작가가 되거나 뿅 하고 무엇인가 바뀌는 듯한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외부적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내면은 크게 바뀌었다.
내가 강의 ppt에 자료 보강을 위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발행 버튼을 누른 행동이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는 것을 경험하고 나니, 실수로 누른 클릭 한 번이 나비효과를 불러온 듯하다.
글을 쓴다는 것은 굉장히 지루한 과정이다. 하얀 모니터 화면 위의 검은색 글씨와 마주하며 뇌 속의 생각을 헤짚으며 나와 씨름하는 과정이다. 그러다 보니 나에겐 발행 버튼을 누르는 건 더더욱 큰 산으로 다가오게 된다. 내면을 탈탈 털어 쓴 이야기들을 스스로 마주하기에 왠지 부끄러움이 느껴지는데도 그것을 만천하에 공개한다는 뜻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번 브런치 글의 노출을 계기로 온라인에 글을 쓴다는 것은 키보드로 글자를 적는 것으로 시작을 하되, 발행 버튼을 누르는 순간이 최종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글을 적는 것도 행동이긴 하지만 정확하게는 생각을 글자로 물질화하는 것일 뿐, 발행 버튼을 누르는 것 자체가 글쓰기 행위의 방점을 찍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번 메인 노출 경험을 계기로 더 글쓰기를 사랑하게 되었다. 스스로는 부끄럽다고 느껴질 법한 경험이지만 각종 메인 화면에 열흘간 노출이 되었다는 건 충분히 의미 있는 글이지 않나 하는 생각에 조금은 덜 부끄럽게 느껴진다.
마침 이리저리 브런치를 탐색하다가 공감 가는 내용의 글을 읽었다. 브런치는 '소통'이 아니라 '고백'이어야 한다는 거였다. 브런치라는 공간의 가치는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써가 아니라 나의 내면, 진실과 마주 하는 순간을 글로 옮김으로써 자기 고백이 되어야 하고 그런 순간들이 개인의 창의적인 콘텐츠가 된다는 내용이었다.
덕분에 앞으로는 브런치에 글을 더 거침없이 쓰고 대담하게 발행할 용기가 생겼다. 외부적으로는 변한 것이 없지만 내부적으로는 마인드가 180° 바뀌었다.
내친김에 나는 또 일을 벌여보려 한다. 브런치에는 나의 독특했던 결혼식 준비 과정을 연재할 계획이고, 브런치 외부적으로는 뉴스레터를 발행할 계획이다. 과연 정기적으로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내가 가치 있는 정보를 전달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긴 한다. 그렇지만 글쓰기는 쓰는 행위보다 발행 버튼에 의미가 있다는 걸 알기 이제는 담담하게 글을 쓰고 발행이라는 목표까지 끝까지 달려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