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온 May 20. 2024

셀 헤는 저녁

셀 한 칸에 검색과

셀 한 칸에 서류와

셀 한 칸에 증빙과

셀 한 칸에 계산과

셀 한 칸에 함수와

셀 한 칸에 병합하여 가운데 맞춤, 틀 고정, 


팀장님, 칸 하나에 3년치 데이터 찾아 봅니다.

셀 서식 열어 가운데 정렬 맞추기 설정과, 좁은 여백 설정과, 페이지에 시트 맞추기 설정과,

페이지 가운데 맞춤 설정과, 반복할 행 설정을 해 봅니다.

 


근데 제가 셀 한 칸에 틀린 데이터 집어넣어도 님이 아시긴 아시나요? 담당자가 실수해도 윗사람이 걸러낼 수조차 없을 만큼 방대한 양의 셀들을 요구하는 그들은 대체 왜 그러나요?




고등학교 문학 시간에 이근삼의 <원고지>라는 희곡을 배운 적이 있다. 주인공은 번역을 생계로 삼는 대학교수인데 그는 현대산업사회에서 인간성을 상실한 채 하루하루 돈 버는 기계로만 살아간다. 언제나 지쳐 있는 그는 몸에 쇠사슬을 칭칭 감은 채로 질질 끌고 다니며 원고지 무늬로 뒤덮인 옷을 입고 있다.


온통 네모 칸만 그려진 옷을 입고 다니는 건 나도 마찬가지다. 그게 원고지가 아니라 시트일 뿐.

직장생활 10여년만에 엑셀충이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세발자전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