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에 겹친 이별과 슬픔에 더한 슬픔 - 2
나의 베스트 박정현
미아 (작사 윤종신 작곡 황성제)
길을 잃어버린 나
가도 가도 끝없는
날 부르는 목소리
날 향해 뛰던 너의 모습이
살아오는 듯
돌아가야 하는 나
쉬운 길은 없어서
돌고 돌아가는 길
그 추억 다 피해
이제 다 와가는 듯
우두커니 한참 바라보다가
어느새 길 한가득 네 모습들
그 속을 지나려 내딛는 한걸음
천천히 두 눈을 감고서
길은 어디에
추억을 ‘피해 간다고’ 했다. 너무 그리운 나머지 기억을 형상화해 버렸다. 외길을 가로막은 설렘과 즐거움, 그리고 행복들. 그 틈을 비집고 나아가려면 눈을 감는 것 외에는 길이 없다.
눈물이 주룩주룩 (작사 윤종신 작곡 윤종신)
그냥 견딜 만했어 우리 이별이란 게
내겐 현실보다 중요한 건 아니었나 봐
걱정했던 그리움, 분주했던 내 하루에
조금씩 미뤄지다가 어느새 난
이별한 적 있었나
오늘 바빴던 하루 집에 돌아가는 길
왠지 낯익은 온도와 하늘, 피곤함까지
이런 날엔 기댔지, 그날의 푸념까지도
모든 걸 들어주었던 그 한 사람
갑자기 떠올랐어
가슴 먹먹 답답해 이제 와 뭘 어떡해
왠지 너무 쉽게 견딘다 했어
너무 보고 싶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걸
멍하니 그대 이름 불러볼 뿐
한꺼번에 밀려든 그대라는 해일에
난 이리저리 떠내려 가
‘이별한 적 있었나’ 뒤에 붙어야 할 것 같은 물음표도, ‘가슴 먹먹 답답해’ 사이사이에 들어가야 할 조사도 보이지 않는다. 대신 ‘이제 와 뭘 어떡해,’‘왠지 너무 쉽게 견딘다 했어,’하며 낭패감에 내뱉는 대사들이 바로 옆에서 말하는 것처럼 들려온다.
그리고, 한꺼번에 밀려든 그대라는 '해일'. 그리움은 거대한 재난과도 같아서, 삶을 한순간에 황폐화한다.
위태로운 이야기 (작사 심현보 작곡 박근태)
이 가사는 꼭 전체를 옮겨야만 한다. 사랑에 대한 완벽한 염세적 정의이기 때문이다. 그게 전부다.
절정을 지나버린 모든 것
결국 시들어 가는 많은 것
지금 난 그 가운데 있어
숨소리 하나 흔들림 없이
작은 떨림도 없는 눈으로
지금 넌 마지막을 말해
조금 아플 것도, 차차 나을 것도, 느리지만 잊을 것도
넌 이미 다 알고 있었을까
아무 이유 없이 그래, 이유 없이
Love, 못 믿을 사랑
더없이 위태로운 마음의 장난
반짝이며 웃던 많은 날들도
심장소리처럼 뛰던 사랑도
그저 흘러가는 저 강물 같아
기도처럼 깊던 오랜 믿음도
그저 변해가는 저 계절 같아
참 위태로운 얘기
조금씩 사라지는 모든 것
결국 부서져 가는 많은 것
지금 난 그 가운데 있어
아무런 망설임도 없는 듯
마치 날씨 얘기를 꺼내듯
지금 넌 헤어짐을 말해
보낼 수 있는데, 그건 괜찮은데, 내가 정말 서러운 건
아무런 이유도 없다는 것
익숙함을 지나 지루함을 지나
Love, 못 믿을 이름
이토록 부질없는 슬픔의 마법
태양처럼 빛난 모든 순간도
노랫소리 같던 속삭임도
헤어짐을 향한 막연한 항해
한땐 목숨 같던 나의 사랑도
그저 스쳐가는 찰나의 바람
참 위태로운 얘기
도시전설 (작사 정석원 작곡 정석원)
처음 만난 그대 달콤한 기억
매일매일 긴긴 문자 속엔 사랑 가득
맑은 햇살 아래 한강변 도로
차를 몰며 나를 보던 그대, 왕자 같았어
나 말곤 그 누구에게도
관심 없어하던 그대였죠
세상은 우리를 위한 배경
그리 오래된 얘기도 아니 아닌 것 같은데
그 천산 어딜 갔나
마치 꿈같던 동화는
이제 전해 내려오는
도시 속 전설 돼버렸죠
처음 그대 모습 어디 있나요
내가 보낸 문자 답은 무심한 한 마디
예전 그 햇살 속 한강변 도로
난폭하게 소리치는 그대, 괴물이 됐네
나만 아니라면 그대는
누구에게라도 관심 쏟죠
세상은 나 빼곤 모두 행복
이리 많고 많은 금기 속에서
내가 제일 하지 말았어야 할 일
그댈 만난 일
대구와 대비가 두드러진다. 왕자는 괴물로, 천사는 악마로, 동화는 도시전설로 변해버렸다. 사랑이라는 생명체의 비포&애프터 사진을 보는 것 같다. 마치 사랑의 본질은 씁쓸함이라는 결론을 납득시키려 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