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게 이루려 하지 않기

나는 거북이

by jooni

새해가 되면 우리는 으레 목표를 세운다. 올해는 꼭 살을 빼겠다고, 책을 많이 읽겠다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미처 2월이 되기도 전에 작심삼일이라는 말을 떠올리며 자책하곤 한다. 왜 나는 항상 이 모양일까? 왜 다른 사람들은 척척 해내는 것 같은데 나만 이렇게 느리고 막히는 기분일까? 매년 어김없이 드는 생각이다.


내 별명이 거북이였던 것처럼, 나는 모든 면에서 느렸다. 학생 때도, 군 복무 시절에도, 지금도 그 느림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내 마음의 변화는 조용히, 천천히 이루어졌다. 이제는 느림이 좋아졌고, 당당하게 "나는 느림이 좋다"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빠름과 느림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었다. 세상이 요구하는 속도에 나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제대로 할 수 있는 속도로 가는 것—그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이전엔 모든 것이 비교였다. 나와 타인의 속도, 결과, 성취를 끊임없이 비교하고, 쫓아가지 못한다는 사실에 조급해했다. 서둘러 실수를 연발하고, 정작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잊어버린 채 남들을 따라가며 흉내 내기에만 급급했다. 나는 나 자신을 흐릿하게 만들고 있었다. 내 모습은 점점 희미해지고, 남들이 원하는 누군가의 모습만 따라 그리고 있었다. 그때 나는 결심했다. 일의 결과보다 과정 속의 나에게 집중하기로. 느릴 수도 있다고, 그 느림 속에서 괜찮은 일, 좋은 일들을 하나씩 찾아보기로 마음을 정하니 불안과 두려움 대신 안정을 가질 수 있었다. 모든 일에 삐딱하고 불평만 하던 내 마음도 따라서 변했다.


산을 오르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정상에 이르길 바라는 건 욕심이다. 그리고 불가능하다. 평지만 있기를 바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존재하고, 힘들고 고된 시간들이 찾아오는 것은 당연하다. 어차피 시간이 걸리고 힘든 길을 마주하게 되는 일이라면, 천천히 주변의 풍경을 바라보며 쉼을 갖기도 하고, 새로운 생명들에 관심을 가져보고, 보지 못했던 것들을 생각하며 걷다 보면 어느새 정상에 올라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내 삶도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조급하게 서두르지 않기. 급하게 이룬 모든 것은 급하게 사라질 수도 있다. 급하게 이루려 하기보다 천천히 내가 느끼고 체험하며 알아가는 시간을 온전히 누리는 것. 조급함은 조급함을 낳고, 느림은 단단함을 쌓는다. 오늘도 나는 거북이의 속도로, 내 시간을 온전히 누리며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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