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거북이
세상을 느리게 바라본다는 건, 어쩌면 하나의 용기인지도 모른다. 내가 그런 용기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부족함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부족함이 있었기에 배우고 싶고, 성장하고 싶다는 욕망을 품고 살아올 수 있었다고, 나는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
느리게 바라보는 것으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아름다움이 아닐까. 놓쳤거나 존재조차 몰랐던 수많은 것들을, 천천히 나의 시선으로 길어 올리는 일은 큰 행복이다. 존재하고 있어도 내가 보지 못하고 생각지 못한 것들은, 아직 내게 존재하는 것이라 말할 수 없다. 더 깊이, 더 오래 바라봐야만 비로소 그 존재를 인정할 수 있다. 그렇게 내게 자리 잡은 것들의 아름다움. 그 힘이 나를 살아가게, 아니 살아내게 한다.
빠른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나의 선택이다. 내게 느림은 단순한 기질이 아니라, 커다란 의미이자 삶의 방식이다. 남들과 더는 비교할 필요 없는 나만의 속도. 누구보다 앞서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아름다움을 더 많이 느끼며 살아가고자 하는 것. 내게 느림은, 아름다움. 그 자체가 되었다.
거북이라는 어릴 적 별명이 이제는 더 이상 부끄럽지 않다. 꽃도 누군가가 바라봐 주어야 비로소 아름다운 것처럼, 거북이의 눈은 지긋이 오래 보고 다정한 온도를 전하는 일이라고 나는 정의 내린다. 천천히, 그러나 오래. 세상을 더 깊고 넓게 바라보며 그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간직하며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