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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엄마HD아들 Feb 24. 2024

8년 경력단절, 다시 급여를 받다

나도 이제 워킹맘!

조금 이른 저녁식사를 하고 그릇을 치운 뒤 냉동실에서 아이스크림케이크를 꺼냈다. 치이익- 성냥에 불을 붙이자 아이들의 얼굴이 행복으로 물들었다.


"생일축하 합니다~ 생일 축하 합니다~"

"아니 아니~ 생일축하가 아니라 엄마 첫 월급 축하라니까!"







그렇다. 커다란 곰돌이가 떡하니 앉아있는 아이스크림케이크 위에 초를 하나 꽂은 것은 8년 만에 월급을 받은 것을 축하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아이들은 습관처럼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른다. 아직 어리기만 한 아이들은 엄마가 일을 해서 월급을 받았다는 사실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알지 못한다. 하긴, 집에서 일을 하기에 항상 눈에 보이는 엄마가 돈을 번다는 것이 실감이 안 날 수도 있겠다.

 

출퇴근을 하지 않는 재택 근무지만 정말 전쟁 같은 한 달을 보냈다. 이사에, 아이들 방학까지 정신이 없는 와중에 생각지도 못하게 일을 시작하게 되어 허둥지둥 중심을 잡지 못했던 것 같다.


어마어마한 대출이자 때문에 당장이라도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남편이 나에게 준 2년이란 시간 중에 1년이 남아 있었기에 최대한 버티며 내가 원하는 일을 할 생각이었다.


그러던 나에게 꿈만 같은 일이 일어났다.








인덕션에 프라이팬을 올려놓은 뒤 새까맣게 잊어 새까맣게 태워먹고 집에 불을 낼뻔한(프라이팬에 불이 붙었다) 날이었다. 스프링클러가 터지기 전에 급하게 환기를 시킨 뒤 망가져버린 비싼 프라이팬을 보며 안타까워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통화를 하는 중에도, 전화를 끊고 나서도 두근거리는 심장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걸려온 전화를 받았을 뿐인데 취직이 된 것이다. 이력서를 제출하지도, 면접을 보지도 않았으며, 심지어 일하고 싶다는 말을 한 적도 없다. 참으로 믿기지 않는 순간이었다.


정말 내가 원하는 꿈을 찾겠다고 입학한, 대한민국 1호 기록학자이신 김익한 교수님께서 운영하시는 '아이캔대학'에서 함께 일하자고 먼저 제안을 해주신 것이다. 1년이라는 수강기간 중에 마지막 학기 3개월을 남겨두고 있는 시점이었다.


다른 수강생들에게 도움을 주며 이타심을 발휘하는 모습이 좋았다고 하셨고, 집이 너무 멀어 출퇴근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감사하게도 재택근무를 제안해 주셨다.








어떻게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수많은 수강생들 중 한 명인 나에게 이런 기회가 온 이유는 무엇일까?  


처음에는 나다움을 찾을 있다는 말에 솔깃하여 공부를 시작했고, 함께 공부하는 선생님들께 작은 도움을 드리기 시작했다. 내가 보낸 도움은 감사로 돌아왔고, 그 감사는 내게 기쁨과 동기가 되었다.


'아, 8년 동안 집에만 있었지만 나도 쓸모가 있는 사람이구나, 나도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구나!'


나는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자기 선언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남을 도움으로써 나를 성장시키는 선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다



매일 이 말을 주문처럼 되뇌며 내가 보낸 도움들이 언젠가는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리고 그것은 현실이 되었다.


남을 돕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움직이고 더 공부한 것이 나를 성장시켰고, 그 자체가 나다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집에서 우울한 시간을 보내며 잊고 있었던 나다움을 다시 찾은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남을 도우면서 가장 큰 도움을 받은 것은 나 자신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더 확신을 갖게 되었다. 남을 배려하고 돕는 것이 나를 돕는 길이란 것을.








집에 불을 낼 뻔했지만 취직을 하게 된 운수 좋은 날. 그 후 한 달이 지나 월급을 받게 되었다.


통장에 들어온 급여를 확인하는 순간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8년 동안 외벌이 하며 고생한 남편부터, 결혼 후 8년간 생신이며 명절이며 용돈 한 번 못 챙겨드린 부모님이 생각이 나서 울컥. 이제부터는 기념일마다 가족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에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비록 글을 쓰고, 책을 내겠다는 꿈은 잠시 미루게 되었지만 그 꿈을 포기하지 않고 지킬 수 있도록 일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 참으로 감사하다.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불안해하지 않아도 됨에 감사하다. 그저 돈을 벌기 위한 일이 아니라 나다운 일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육아와 일을 함께하는 것이 체력적으로 힘들고, 아이들도 잘 챙겨 주지 못해 미안하지만 취직을 했다고 말하던 그 순간 세상 환하게 웃던 남편의 얼굴을, 마음이 편해졌다는 남편의 말을 기억하며 힘을 내보련다!


인생의 큰 고비를 넘어 우울증도, 불안도, 경력단절이란 말도 하나 둘 떠나보낸 것이 감격스럽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을 돕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나는 선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다!





8년 외벌이 남편에게 2년만 더! 를 외쳤다


여러분!! 제가 취직을 했습니다 ㅠㅠ 두 달 넘게 글을 쓰지 못해 너무나 마음이 무거웠는데, 좋은 소식으로 글을 쓸 수 있어 감사합니다.


작년 7월, 브런치에 8년 외벌이 남편에게 2년만 더 달라고 했다는 글을 쓴 뒤 너무 나만 생각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는데, 마음이 정말 가벼워졌습니다.


물론 일을 시작하면서 체력적인 한계를 느끼고, 아이들에게 미안하기도 하지만 8년을 고민하고 걱정했던 일이 해결되어 기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네요!


이사핑계, 애들 방학핑계, 일핑계..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글을 놓고 있었는데 다시 시작해 보려 합니다. 역시 글을 쓰지 않으니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시간이 있어 글을 썼다면 이제는 글을 쓰기 위한 시간을 확보하려 노력해야겠습니다.  


정말 오랜만이라 처음 브런치에 글을 썼던 날처럼 마음이 설레고 두근두근하네요. 짧게라도 나의 흔적 남기기! 스스로 약속하며 마무리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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