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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엄마HD아들 Aug 26. 2023

상처를 들여다보는 게 겁이 나지만 글을 씁니다

숨겨두면 치유할 수 없다

여러분은 글을 쓰면 바로 발행하시나요? 혹시, 발행하지 못한 채 서랍에 넣어놓은 글이 있으신가요?


저는 두, 세 시간 만에 쓴 글을 바로 발행할 때도, 초고를 써놓고 퇴고를 하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글감이 떠올라서, 하고 싶은 말이 가득 차서 초고를 빠르게 써내려 감에도 퇴고를 하지 못하는, 발행하지 못하는 글들이 있어요. 저는 그런 글들을 '응어리들'이라고 부릅니다. 마음속의 응어리진 것들을 글로 풀어낸 것인데 쓰면 쓸수록 생각이 더 꼬이고,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글로 쏟아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계속 답답한데요, 그럴 때는 억지로 완성하려 하지 않고 내버려 둡니다. 내 마음이, 생각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는 신호니까요.


여러분들에게도 그런 글이 있으신가요?








저는 아이와 저의 과거 이야기를 쓸 때 마음이 갑갑하고, 머리가 복잡합니다. 하고 싶은 말이, 쏟아내고픈 감정이 미친 듯이 많은데, 막상 글을 쓰려고 하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호흡이 가빠집니다.


외면하고, 회피하고 있던 상처들을 들여다보는 것이 너무 힘이 듭니다.


그동안, 소독하고 약을 바르는 것이 너무 무서워서 밴드만 붙여달라고 우는 아이처럼 도망 다녔어요. 칼에 손가락을 베였는데도 '이 정도는 참을 수 있어, 별거 아니야'라고 말하며 무심하게 밴드하나 척 붙이고 일을 하는 엄마처럼 버텼습니다.


그렇게 상처를 덮어 놓은 채로 오랜 시간이 지났고, 이제 겨우 괜찮아졌나 싶었는데 아니었어요. 보기 싫은 것들을 상자 속에 아무렇게나 욱여넣어 다락방 구석에 숨겨두었을 뿐, 사라진 게 아니더라고요. 아이의 마음을 치유하려고 애쓰는 동안 제 상처는 곪아 가고 있었습니다. '난 괜찮아, 이겨낼 수 있어', '아이가 행복해지면 나도 행복해질 거야'라며 꽁꽁 싸매둔 상처들이 진물을 토해 내고 있었습니다.


상처가 더 덧나기 전에 치료를 해야 하는데, 곪을 대로 곪은 상처가 너무 처참해서 제대로 쳐다 보기도 힘이 듭니다. 소독을 하고 치유를 하려 글을 쓰는데 너무 아픕니다. 차라리 잘라내고 싶을 정도로요. 제때 치유하지 못한 마음들은 상할 대로 상한채 더 큰 덩어리가 되어 가슴을 누릅니다.


'이렇게 아픈데, 상처를 후벼 파며 글을 쓰는 게 맞는 것인가?', '아이가 평생 몰랐으면 하는 사실들을 글로 써내려 가는 것이 맞는 것인가?'


이런 생각들이 써놓은 글마저 외면하게 만듭니다.


자꾸 회피를 합니다.


쓰고자 했던 글을 쓰지 않고 다른 글을 써요. 치유하려면, 성장하려면 부딪혀야 하는데, 써야 하는데, 생각하는 것조차 힘이 듭니다. 겨우겨우 써 내려가도 퇴고를 하는 게 괴롭습니다. 아프고 안타까운 사실들을 몇 번이고 다시 읽어야 하니까요. 그래서 지금까지 일기장에 조차 써 내려가지 못했나 봅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고통의 시간들을 글로 써내려 갈 때 찢어질 듯 아픈 마음을 어떻게 달래셨나요? 그 힘든 순간들을 어떻게 견디셨나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쓰고 나면 마음이 괜찮아지는 것인지, 편하게 쓸 수 있을 만큼 마음이 괜찮아지기를 더 다려야 하는 것인지.


쓰고 싶지 않으면 억지로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런데 계속 마음속에서 충돌이 일어납니다. 다 토해내고 상처로부터, 과거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마음과, 상처를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저를 혼란스럽게 합니다.


이렇게 한 글자도 쓰지 못하는 날은 계속 읽기만 하는데, 감당하기 어려운 아픔과 슬픔을 글로 써 내려가시는 분들이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저도 그렇게 쓸 수 있는 날이 올까요?










컴퓨터에서 데이터를 지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삭제가 아니라 덮어쓰기라고 합니다. 내 마음속의 상처를 삭제할 수 없다면 좋은 기억으로 덮어 씌워야겠지요.


제가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이것뿐입니다. 아이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그 기억으로 아픈 기억들을 가리는 것. 당장 상처를 다 마주하고 치유할 수는 없지만, 지금부터 쌓아갈 행복한 일상들이 저에게 상처를 마주할 힘을 주기를 바랍니다. 퇴고를 기다리는 글을 끝마칠 수 있길 바랍니다. 아이 마음속의 상처도 잘 아물길 바랍니다.








지난날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의 소용돌이 속에서 쓴 두서없는 글이지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자님들의 지난 아픔도 행복한 기억으로 덮어지길, 앞으로 좋은 일만 가득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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