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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 D Oct 15. 2023

2023에 발간된 책엔 뭐가 있을까

아직 이름 정하지 못한 독서모임





8월 말에 한 독서모임의 뒤늦은 기록.




지난 9월에 너무너무 바빴다. 명절 연휴를 활용하여 기록을 해두려고 했지만 피곤이 쌓여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열심히 메모했던 기억을 떠올려서 적어본다.





8월 모임의 주제는 2023년에 발간된 책이다. 신간을 고르려다보니 오히려 작년에 발간된 책이 더 재미있어보였다. 주제 덕분에 동네 서점 및 인터넷 서점, 도서관에서 책이 발간된 년도를 유심히 볼 수 있었다.





이번에도 다 다른 분야의 책




인문 과학에 관심이 많은 아리

문학을 자주 읽는 사루

철학책을 고른 지니

자주 읽지 않던 분야를 읽으려고 노력했던 나와 쵬쵬




이른 아침부터 카페에 모여서 각자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독서 모임 회차를 거듭할수록 서로의 독서 습관을 배워가기도 하고 몰랐던 분야에 대한 시야도 넓어진다. 다른 모임 때보다 이번에 친구들이 읽은 책이 나에게 더 흥미로웠다.






견딜 수 없는 사랑

이언 매큐언




이언 매큐언은 현대 영미 문학의 거장이라고 불리우는 작가다. 쵬쵬이 이 책을 고른 이유는 호흡이 긴 책을 읽고 싶었기 때문이다. 제목을 그대로 따라가는 소설이랄까. 말 그대로 견딜 수 없는 책이라고 했다. 읽는 속도가 나지 않아 무려 3주 동안이나 책을 읽었다고.



<견딜 수 없는 사랑>은 심리묘사가 굉징히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어떤 공원에 한 아이가 탄 열기구를 발견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주변에 있던 다섯 명의 남자들이 그 기구를 붙잡는다. 누가 먼저 놓았는지는 모르지만 네 명의 남자가 열기구를 놓치고 끝까지 기구를 붙잡고 있던 남자는 추락하여 죽게 된다.





과학 저널리스트인 주인공 조는 이 사건으로 패리라는 남자를 알게 된다. 패리는 조가 자신을 먼저 사랑했다는 착각에 빠져 조에게 집착하고 편집증적인 모습을 보인다. 여자친구가 있던 조는 이를 여자친구에게 털어놓지만 여자친구는 조가 지나치게 예민해져 있다고 생각한다.







"낯선 사람이 우리의 삶에 침입했고,

그후 제일 먼저 벌어진 일은 당신이 나에게 낯선 사람이 된 거 였어."



쵬쵬이 고른 가장 인상적인 문장이다. 조가 느낀 집착과 편집증적인 모습은 사실이었으나 여자친구 사이에서 생긴 균열은 막을 수가 없었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어떤 게 정말 사랑일까? 에 대한 끊임없는 혼란을 느끼는 것이 이 책의 메인 테마이다.





이언 매큐언은 나에게 <어톤먼트>로 기억된다. 너무나 좋은 영화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영화도 책도 내 스타일이 아닐 것 같아서 아직 읽지 않았다. <견딜 수 없는 사랑>은 쵬쵬의 말대로 모두에게 각자의 의미로 견딜 수 없는 책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우주에서 전합니다,
당신의 동료로부터

노구치 소이치






알쓸별잡을 통해 심채경 박사님을 알게 되었다. 과학 중에서 지구 과학을 좋아했었고 잘은 모르지만 우주에 대한 알 수 없는 동경을 가지고 있다. 1월에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를 재미있게 읽었다. 천문학 뿐 아니라 과학자의 삶도 알 수 있는 신선한 에세이였다. 그 책을 통해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알게 되었고 다른 과학 에세이도 읽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노구치 소이치는 무려 3번이나 우주를 다녀온 사람이다. 한 번도 가기 힘든 우주를 세 번이나 다녀왔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우주에서 브이로그를 찍은 유튜버, 우주에서 바질을 키운 사람 등 이력도 독특하다. 우주에 대해, 우주선에 대해 이 사람이 하는 이야기가 흥미로워 보였다.







책은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재미가 있거나 인상적이지 않았다. 읽기로 마음 먹은 책을 중간에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끝까지 읽었을 뿐이다. 그러나 늘 그렇듯이 재미없는 책도 와닿지 않은 책도 생각해볼 만한 부분은 몇 개씩은 있기 마련이다.




리더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요즘. <우주에서 전합니다, 당신의 동료로부터>에서 묘사된 우주의 모습을 보고 우주선의 리더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언어도 문화도 다른 사람들을 통솔하고 위기 상황에서 그 모두를 이끌어야 하니 말이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보다 모두가 적당히 불만족하는 것이 더 낫다는 우주선 리더의 말이 두고두고 떠올랐다.




또 하나는 완벽주의 성향에 관한 것이었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완벽하게 해내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아무튼 잘했어.”라고 스스로를 격려해주었던 경험은 손에 꼽는다. 대범한 사람이 되고 싶다. 앞으로는 내 기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받아도 아무튼 잘했다면서 새롭게 마음먹을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지.





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가끔 나는 내가 아직 경험하지 않은 것을 친구들에게 추천한다. 아직 마셔보지 않은 와인, 아직 가보지 않은 카페, 아직 읽지 않은 책!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 확률은 꽤 높은 편이다. 이번에 사루가 읽은 책은 내가 국제 도서전에서 추천했던 <맡겨진 소녀>였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너무 좋아서 구입까지 했다고 한다.




사루는 이 클레어 키건에게 푹 빠졌다. 오펜하이머의 킬리언 머피도 클레어 키건을 아주 좋아한다던데. 사루가 얼마나 이 작가에게 푹 빠졌냐면 우리나라에 이 작가의 책이 또 언제 출간되냐며 출판사에게 메일을 보냈다고! 연말에 한 권 또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클레어 키건의 팬들은 정말 좋아할만한 소식이다.






사루가 찍어준 가장 인상적인 부분. <맡겨진 소녀>에는 내용이라고 볼만한 것이 없다. 화자가 어린 소녀이기 때문에 설명이 어른과 같지 않아서 장면을 상상하면서 읽어야 한다. 독자의 머리로 완성되는 책이다. 나이가 들면서 더 찾게 될 소설이다.




10월의 연휴 중 어느 날 밤에 문득 이 책이 읽고 싶어졌다. 전자도서관에 <맡겨진 소녀>가 있었고 금방 읽었다. 책의 분량이 길지 않은데 웬만한 장편소설 같은 깊은 여운이 있었다. 책이 끝날까봐 아쉬웠다. 뒷 이야기는 어떻게 될지도 궁금했다. 내가 영화감독이라면 이 책을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그림이 그려지듯한 묘사가 아름다웠다.




역시나 이미 영화가 있고 나중에 시간이 되면 봐야지! _NF_ 들은 정말 좋아할만한 책이다.

 (사루는 _NT_인데도 좋았다고 !)






숨은 시스템

댄 놋





사회과학에 관심이 많은 아리의 선택은 <숨은 시스템>이다. CL 아버님이신 이기진 교수가 감수했다고 하며 우리가 어릴 때 봤던 먼나라 이웃나라 스타일의 책이다. (요새는 뭐 보려나..?) 물과 전기 그리고 인터넷의 시스템을 다루기 때문에 내용의 스테일이 방대하다.


 




물, 전기, 인터넷 모두 정제된 결과물을 쓰고 있기 때문에 어디서 오는지 알기가 어렵다. <숨은 시스템>은 이의 원천을 알려준다. 아리는 평소 그림으로만 이루어진 책을 선호하지 않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그림이 사진보다 더 잘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인 댄 놋이 이해하고 있는 바가 명확하게 느껴져서 그 부분도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물, 전기, 인터넷은 네트워크 형성에 필수적이기에 우리가 매일같이 쓰면서도 우리에게 어떤 과정을 거쳐 도달하는지 제대로 알기 어렵다. 물을 다루면서는 문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자연의 주기와 사람의 필요에 따라 물이 어떻게 공급되는지 설명한다. 전기에서는 대륙 간 전기의 이동과 전류의 흐름도 설명하고 인터넷에서는 해저 케이블에 관한 이야기도 한다.






에디슨이 23km를 파서 전기망을 묻었다는 이야기가 나에게는 가장 충격이었다. 그 당시에도 너무 얕은 곳에 케이블을 묻으면 안전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는 게 놀라웠다. 그 덕분에 지금까지 다른 간섭 없이 전기를 쓸 수 있다고 하니 이거야 말로 선견지명이다.









지니가 읽은 책도 흥미로웠는데 안타깝게도 사진을 못 받았다. 쇼펜하우어 책은 우리 오빠도 나에게 추천해줬던 책이라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록이 늦어져서 친구가 소개해준 책을 처음으로 읽어본 이번 달이라 더욱 뜻 깊다.






친구들과 독서모임을 하면서 노트에 내용을 받아적느라 매번 손이 아플 정도다. 기록이 익숙하지 않아서 매번 귀찮고 이렇게 뒤로 밀릴 때도 있다. 그러나 독서모임을 했던 이 하나 하나의 글이 우리에게 또 다른 추억이 될 거라고 믿는다.






90년도에 태어나서 기숙사 학교에 살며 친해진 우리. 각자 취향도 하는 일도 제각각이기에 함께 나누는 이야기들이 풍부해져서 매번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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