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리뷰 (다시, 책으로 / 다시, 어떻게 읽을 것인가)
다시, 책으로
다시, 어떻게 읽을 것인가
시대는 변한다. 기술 발전 속도는 더 빨라지고 시장의 흐름은 돈에 따라간다. 제대로 된 검토 없이 무분별하게 생활과 교육에 파고들고 있는 디지털 문화로 더 산만해지고 있고 대충 훑어 읽고 있다. 사색하고 깊이 읽어라.
깊이 읽기
일반적인 읽기뿐만 아니라 교육계에도 무서운 속도로 디지털 문화로 변해가고 있다. 두 저자는 이러한 변화를 반대하는 것이 아닌 제대로 검토하고, 접목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종이와 디지털의 장단점을 뇌과학/사례/통계를 기반으로 설득력 있게 잘 유도하고 있다.
문자를 판독하는 유전자가 없는 인간은 뇌의 가소성 덕에 후천적으로 개발되어 문자를 구분하고 해석하여 문명을 이루게 되었다. 즉 지식의 저장 -> 습득 -> 추론/해석 -> 재평가 -> 파생/확장의 과정을 거치며 새로운 문명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는 깊이 읽고 사색하는 힘이 있었다.
이러한 깊이 읽기로 문명을 발전시켜 왔지만 디지털 문화로 인해서 깊이 읽기가 소멸되고 있다.
유추, 추론, 공감, 배경 지식 등의 처리 과정에서 뇌는 더욱더 활성화되고 공감능력, 해석능력이 성장하게 된다. 이는 수동적인 소비가 아닌 사려 깊고 비판적인 분석가의 능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비판적 사고는 새로운 생각으로 연결되는 다리이다.
이러한 읽는 뇌 회로는 독특한 후성적 성취이며 깊이 읽기는 뇌의 회로 자체를 변화시키기고 정교화시킨다.
주의 분산 시대
전자책 또는 스크린에서 읽을 때보다 종이책 또는 프린트해서 읽은 때 독해력/기억력이 훨씬 우세하다. 많은 실험에서 전자책, 오디오북, 동영상교재 보다 종이책이 집중도, 이해도, 기억 등 모든 면에서 앞서있다.
그럼에도 순간적이고 편집된 조각 정보는 모든 것을 안다는 착각에 빠뜨린다. 때문에 복잡한 현실에 대한 비판적 분석이 낮아진다. 현재의 디지털 문화는 문명 발전에 필요한 추론, 비판적 분석과 통찰이라는 능력을 저하시키고 있다. 끊임없이 새롭고 감각적인 자극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주의가 분산된다. 2010년, 타임이 20대들의 미디어 사용 습관을 조사한 결과, 매체를 전환하는 빈도가 시간당 27회. 휴대전화를 확인하는 횟수는 하루 평균 150~190회라고 한다. 보거나 듣는 것에 기울이는 질은 예전 같지 않다.
이러한 환경으로 뇌의 신경 회로가 바뀌고 있다.
2015년 랜드 보고서에 의하면, 3-5세의 아동은 하루 평균 4시간씩 디지털 기기를 사용했다. 기기 접근율도 계속 증가하고 있고 지속적인 자극과 끊임없는 주의 분산이 뇌를 괴롭히고 있다. 전전두엽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은 아이들은 하나의 반짝이는 새로운 자극에서 또 다른 반짝이는 새로운 자극으로 주의를 빼앗기고 있다. 아이들은 처음엔 수동적으로 자극을 받아들이다가 나중에는 점점 적극적으로 자극을 요구하게 된다.
이렇게 끊임없이 새롭고 감각적인 자극에 둘러싸여 있을 때는 지속적으로 주의집중 과잉 상태에 놓이게 된다. 멀티태스킹으로 집중력을 잃은 뇌는 부단히 외부 자극을 찾아 보상함으로써 도파인-중독의 회로를 만들어낸다.
심리치료사 에드워드 헬로웰은 디지털 주의분산은 주의력결핍증을 야기시키고 이는 전전두엽의 활동을 억제한다, 즉 한 가지 과제에 집중하는 능력이 낮아진다.
디지털 문화의 빅브라더
(빅브라더 : 조지오웰의 소설 <1984>에 등장하는 감시자를 뜻하는 용어가 일반화된 것으로 일반 정보를 독점하여 감시, 통제하는 권련 또는 사회 체계를 말한다.)
구글 창업자 애릭 슈미트가 우려하는 것은 압도적인 정보와 속도가 사실상 인지를 바꿔놓고 있고 그것은 보다 깊은 사고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기술 전문가인 트리스탄 해리스는 다양한 앱과 기기에 적용되는 '설득 설계' 원리에 관해 잘 아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제 그는 이런 원리를 통해 의도적으로 사용자를 중독시키는 것에 대해 거침없이 비판하고 있다.
또 다른 실리콘밸리 전문가인 조시 엘먼 역시 해리스의 노력에 동조하고 있다. 그는 다양한 기기에 중독성을 심는 것을 듣고 담배업계가 암 관련성이 발견되기 전에 중독성 니코틴을 사용한 것과 같다고 말한다. 최근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세 개 회사에서 일하는 극소수 설계자들 (대부분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25~35세의 백인 남성)의 결정이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주의집중 방식에 이토록 큰 영향을 미친 적은 없었다'
영미작가인 테디 웨인은 <뉴욕타임스>에서 다음과 같이 어필했다. '우리는 노래와 가사, 책, 영화를 그 자리에서 내려받거나 스트리밍 하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미디어는 우리를 깊이 생각하는 사람이기보다 광대역의 소비자가 되도록 길들인다'
추론적, 비판적 분석에 시간을 할애해야만 우리가 읽은 정보를 지식으로 바꾸어 기억 속에 다질 수 있다. 또한 이런 내면화된 지식을 통해야만 우리는 새로운 정보에서 유사점을 끌어내고 추론도 할 수 있다. 만약 우리 자신이 생각하는 능력을 점점 잃어간다면, 우리를 지배하려는 자들이 어떻게 사고하는지 냉정하게 살펴보는 능력 또한 잃게 될 것이다.
20세기 최악의 참극은 사회가 자신의 행동을 살펴보지 못한 채 스스로 분석하는 힘을, 어떻게 생각하고 무엇을 두려워할지 지시하는 자들에게 넘겨줄 때 어떤 비극이 일어나는지 증언한다.
권력은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필요로 한다. 어떤 인간의 능력, 이를테면 지적 능력의 마비나 파괴가 아니라 권력의 분출이 너무나도 압도적인 인상을 주기 때문에 사람들은 독립적인 판단력을 뺏기게 되고 새로운 상황을 스스로 가늠하려는 시도조차 포기하게 된다.
21세기의 가장 큰 실수를 꼽는다면, 첫 번째는 20세기의 최대 실수를 무시한 것이고, 두 번째는 점점 파편화하는 사회에서 우리의 비판적인 분석력과 독립적인 판단력을 이미 다른 사람에게 넘겨준 것은 아닌지 가늠조차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문자의 힘
문자의 발명이 인류에게 끼친 가장 중요한 공헌은 비판적, 추론적 사고와 성찰 능력을 위한 민주적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이에 깊이 읽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매체를 불문하고 비판적이고 현명하게 정보를 처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실패한 사회가 될 것이다.
청소년이 외부 정보원에 너무 의존하면서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도 모를 것이라는 사실과 140자 이상으로 글을 쓰고 읽고 생각하는 능력이 감퇴하고 있음을 깨닫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우리 모두가 읽는 사람으로서, 쓰는 사람으로서,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해봐야 한다.
균형
인류는 글자를 읽는 독서중추신경이 없지만 뇌의 가소성으로 글자를 해독하는 뉴런의 재결합으로 확장되어 왔다. 종이책에서 디지털문화로의 변화 또한 뇌의 가소성으로 전자책에 최적화될 수 있는 변이, 발전 가능성을 짧게 전달하고 있다.
그러나 외부의 지식원에 너무 일찍부터 과도하게 의존하게 되면 지적 발달이 방해받는다. 그렇다고 전통적인 유형의 지식원에만 과도하게 치우치면 디지털 문화에서 기량을 키우는데 방해받게 된다. 결국, 지적 발달은 두 원칙 사이에서 계속 진화해 나가면서 사려 깊은 균형을 찾는 것에 달려 있다.
독서/언어/학습/교육 학계에서 권위 있는 저자들이다. 어떤 방향을 제시할지 궁금해하면서 읽었지만 결론은 휴전, 즉 종이책과 전자책의 균형이었다. 양손잡이 문해력을 제시하며 종이 문화와 디지털 문화를 적절히 조화시키고 디지털 매체를 접할 때 더 천천히 생각하면서 읽으라는 조언이다.
<다시, 어떻게 읽을 것인가>의 수많은 통계자료에 짓눌려 자기도 모르게 빠져든다. 읽다가 빨려 들어가고 있는 상태를 인식하고 다시 책 밖으로 나와본다. 카세트테이프, CD에서 디지털 음원으로 변해갔고 영화도 그렇고 화폐도 디지털화되고 있다. 모든 것에 접근성이 폭발적으로 향상되어 개인화되고 있고 시간, 공간, 돈의 비용이 절감되는 방향으로 변화되고 있다.
교육적인 면에서도 종이책 vs 전자책의 문제는 극히 일부분일 수 있다. 주입식 교육으로 수동적인 문화에서 자라왔고 지금 교육도 과거와 별반 차이 없다. 사고력 없는 암기 위주의 시험 시스템 검토가 우선이다. 시스템이 바뀌어야 그 기반으로 전자책도 방향이 잡힌다. 역삼각형 시스템에서 전자책만 논한다면 결코 깊이 읽기가 될 수 없다. 제대로 된 삼각형으로 시스템이 바뀌고 그 위에 전자책이 올라가야 한다.
시대가 많이 변했다. ChatGPT 등장으로 이제 비교, 분석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젖꼭지는 바보상자 TV에서 스마트 기기로 변했다. 과잉 정보, 순간 접속시대다. 과거 글자가 책으로 만들어지는데 회계 장부 기록의 역할이 컸던 것처럼 디지털문화의 전자책도 지금은 여러 실험에서 종이책에 뒤처진 결과를 보이고 있지만 10년, 20년 뒤 시장의 돈 흐름에 따라 새로운 방식으로 발전될 수도 있다.
전자책, 오디오북, 동영상 교재도 큰 장점이 많이 있다. 집중력, 기억력, 독해력 등의 문제는 아직 우리 뇌가 적응하지 못한 것도 원인일 수 있고 정보 제공 방식 및 시스템의 문제일 수도 있다. 물론 인터넷이라는 디지털 문화의 가짜 뉴스, 질 낮은 정보 등 심각한 문제점도 많지만 두 저자가 제시한 양손잡이 문해력으로 두 마리 토끼를 잡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