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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씩씩 Dec 19. 2023

내 인생도 편집이 되나요?

  ‘한쪽가게’에서 열린 고수리 작가님의 북토크에 갔다가 이지은 편집자님을 뵙게 되었다. ’선명한 사랑‘이 출간되기 전에 신청했던 ’수리수리 레터‘ 말미에 적힌 에디터리의 코멘트가 참으로 다정했던 게 기억에 남았는데 실제로 뵈니 편집자님은 글보다 훨씬 더 다정한 분이셨다. 편집자님의 말과 표정에서 책 만드는 일이 얼마나 즐겁고 재미있는 일인지가 느껴져 마주 앉은 내 마음까지 덩달아 설렜다. 마침 한쪽가게에서 편집자님께서 쓰신 책을 구매할 수 있게 준비해 주신 덕분에 <내 인생도 편집이 되나요?>를 기쁘게 사 들고 와서 재미있게 읽었다.


  이지은 편집자님은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해서 책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 편집자가 되었다고 하셨는데, 마찬가지로 나 역시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했음에도 불구하고 작가나 편집자가 되겠다는 꿈을 꿔본 적이 없다. 작가가 되려면 글을 잘 써야 하는데 글을 잘 쓰는 건 백일장 같은 데 나가서 상을 타는 모범생들한테나 해당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나는 탈락. 그럼 편집자가 되는 건? 사실 어려서는 편집자라는 직업을 잘 몰라서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고, 어른이 되어서는 그저 꿈의 직업일 뿐이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니 편집자라는 직업에 대한 동경이 있었지만, 나는 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해 어떤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이 책을 통해 편집자가 하는 일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편집자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멋지고 근사한 일이었고, 예상했던 것처럼 나에게는 맞지 않는 일이었다.


  내가 편집자로서 자격이 없는 이유. 나는 일단 꼼꼼함과는 거리가 멀다. 평소 내가 즐기는 자수나 뜨개 같은 취미 생활 때문에 내가 굉장히 꼼꼼할 거라는 오해를 많이 받는데, 나는 절대 꼼꼼하지 않다. 꼼꼼한 건 내 손이다. 성격 급한 나는 책도 단숨에 읽어 내려가는 걸 좋아한다. 읽은 책이 너무 좋으면 나중에 (기억에서 잊혀진 뒤에) 다시 한 번 더 읽을 망정, 찬찬히 음미하는 건 성격에 맞지 않는다. 이런 내가 작가의 원고를 들고 몇 번이고 거듭해서 보며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생각하니 어우, 갑자기 도망가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보통은 ‘책’ 하면 작가만 떠올리기 마련인데, 책을 만드는 사람이 없다면 책은 존재할 수 없다는 생각이 명확해졌다. 보물 찾기를 하는 마음으로 글 쓰는 사람을 찾고, 그가 쓴 글을 정성스레 다듬은 다음, 물성을 지닌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 독자에게 전달하기까지. 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수고와 정성이 새삼 감사했다.


  십여 년 전, 이병률 시인을 열렬히 사랑하던 시절에 ‘달 출판사’에서 나온 책 뒷면에 ‘펴낸이 이병률’이라고 적힌 이름을 보는 게 반갑고 좋아 달 출판사의 책을 열심히 읽었던 적이 있다. 책을 다 읽고 흠모하는 시인의 이름을 만나는 즐거움이 습관이 되어, 보통은 책을 다 읽으면 편집자의 이름이 적힌 페이지까지 한 번씩 쭉 훑어보고 끝을 낸다. 대부분이 모르는 이름이지만, 간혹 편집자 명단에 아는 시인이나 소설가의 이름을 발견하는 반가움이 좋아서 판권 면에 적힌 이름을 챙겨보곤 하는데, 나의 이런 사소한 습관도 편집자님들께 힘이 될 것 같아서 앞으론 더욱 꼼꼼히 챙겨보고 싶어졌다.


  또 하나 느낀 점은 리뷰를 (열심히) 써야겠다는 것! 물건을 구매할 때는 리뷰를 꼼꼼히 챙겨보고 구매를 하는 편이지만, 책은 성격이 좀 다르다고 생각했다. 책은 책 자체로 가진 좋고 나쁨보다는 읽은 사람에 따라 와닿는 것이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내가 잘 아는 이들의 책 추천은 귀담아듣지만, 모르는 사람의 리뷰는 독서를 결정하는 데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 역시도 책 리뷰를 쓰는 데 굳이 시간을 쓰고 싶지 않았는데 이지은 작가님의 책을 읽고는 생각이 바뀌었다. 내가 쓴 리뷰가 책을 쓰고 만든 이들에게 힘을 더해줄 수 있다고 하니 보다 적극적으로 감사를 표하고 싶어졌다.


  <내 인생도 편집이 되나요?>를 읽으며 책 한 권이 내 손에 들어오기까지, 그 과정에 담긴 정성과 수고를 보았다. 책을 만드는 일에 담긴 이지은 편집자님의 진심이 내 마음에 닿았다. 앞으로는 어떤 책을 읽든지 간에 읽는 마음이 더욱 충만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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