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7일 수요일 날씨 맑음
회사에서 지원해 주는 가전, 가구 항목별 기준 금액이 있는데, 우리는 침대를 큰걸 사고 건조 기능이 있는 세탁기를 사느라 돈을 많이 써서 식탁, 소파, 옷장은 예산에 맞춰 저렴한 걸로 구매했다. 나중에 떠날 때 살림을 두고 나가는 거라 우리 다음에 이 집에서 살게 될 사람에게는 왠지 좀 미안하지만, 4인 가족이 킹 베드 하나에서 생활하는 건 무리라 소파 대신 소파 베드를 골랐다. 오늘밤부터는 수면의 질이 올라가겠지? (아우 설렌다) 옷장과 식탁까지 조립을 마치고 보니, 시멘트 가루 폴폴 날리던 공간에 집 다운 온기가 돌았다.
오늘 점심은 새로운 곳으로 도전! 새로운 쇼핑몰을 고를 때는 스타벅스의 위치로 확인한다. 스타벅스가 있다는 건 웬만한 규모가 된다는 얘기니, 나처럼 정보가 없는 외국인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준이 된다. 식당 퀄리티도, 화장실 위생 상태도 어느 정도 보장이 되지 않을까 하는 절박한 믿음.
태국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고, 쇼핑몰 구경을 하는데 어머 여긴 무인양품이 있네? 마침 옷장에 걸어 둘 옷걸이가 필요했던 터라 옷걸이 몇 개 샀는데 3만 원. 허허… 그래도 검색해 보니 중국 무인양품이 우리나라보다는 조금 저렴하다. 그런 의미에서 조만간 다시 가서 옷걸이 몇 개 더 사 와야지.
이젠 저녁 먹으러 다시 나오는 것도 귀찮아져서 소세지, 어묵, 만두 같은 것들을 포장해 왔다. 아직 의자가 도착하지 않아서 대충 소파에 앉아 먹고 식탁에 서서 먹었지만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니 맘이 편하고 좋았다.
때마침, 출국 전 날 보냈던 택배 상자 세 개 중 하나가 도착해서 열어 보니 깨지지 않는 식기와 여름옷이었다. 중국은 세탁기 용량이 작아 매일 세탁을 하다 보니 여름옷은 더 이상 필요가 없는데 괜히 보냈구나 싶었고, 그릇은 너무너무 반가웠다.
오늘만 해도 벌써 몇 번째 택배인지, 집이 좁아 택배 상자를 쌓아둘 곳이 없어 생길 때마다 수시로 가져다 버리는데, 버리고 조금 있다가 내려가 보면 박스가 사라져 있다. 쓰레기들도 바로바로 수거가 돼서 쓰레기통도 항시 깨끗하다. 여기는 관리인들이 일을 진짜 열심히 하는 느낌이다.
중국 생활하며 좋은 걸 꼽아보자면, 중국 아파트에 며칠 살아 보니까 뭐니 뭐니 해도 분리수거가 진짜 편하다. 우리 아파트에는 음식물, 일반 쓰레기, 재활용, 이렇게 세 개의 수거함이 있다. 우선 중국은 종량제 봉투가 없어서 아무 비닐에나 담아서 버리면 되니 수시로 쓰레기를 버릴 수 있어 좋다. 분리수거는 우리나라처럼 항목을 나누지 않고 재활용되는 것들만 따로 모아서 버리는데, 재활용품 따로 모아서 버리는 사람은 한국 사람이란 소문이 있을 정도로 중국 사람들은 분리수거에 소극적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나는 분리수거에 길들여져버린 한국인. 일반 쓰레기와 재활용품을 섞어서 버리는 것은 어쩐지 죄책감이 느껴져 아직까지는 구분해서 버리고 있다. 귀찮다고 그냥 막 버리다 보면 나중에 한국 돌아가서 다시 적응하기 힘들다던 어느 블로거의 조언을 착실히 따르는 중. (과연 언제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