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11일 일요일 날씨 맑음
한국에서 여권 갱신하면서 여권 사진 찍고, 중국 비자용 사진 또 찍고, 예쁘지도 않은 사진을 찍기 위해 4인 가족이 사진관에 지불한 비용이 상당한데, 사진을 가져오지 않은 바람에 중국에 와서 ‘또’ 사진을 찍어야 했다. (참고로 중국 비자용 사진은 반드시 이마가 보여야 한다고 해서 우리 집 박씨들은 모두 젤을 발라 2:8 가르마를 만들고 사진을 찍었다.)
한국 비자 센터 직원이 서류에 붙여놨던 사진이 한 장 있어서 그걸 떼서 건강검진 할 때 사용하려고 했는데 사진에 테이프 자국이 남아서 안 된다고 퇴짜를 맞았다. 한 장밖에 없는 사진인데 그걸 못 쓰게 되다니. 그럼 사진은 또 어디 가서 찍나, 갑자기 사진 찍기 미션이 추가되어 골치가 아팠다.
게다 일반적으로 거주증을 만들 때 12세 미만은 건강검진이 필요 없다고 해서 아이들은 지난주에 검진을 안 하고 왔다. 그런데 남편 회사에서는 아이들 것도 요구하는 바람에 내일 아침엔 진짜 중국을 체험했던 그곳에 ‘또’ 가야 한다. 아이들 건강검진도 하고, 퇴짜 맞은 사진도 제출하러.
건강검진받는 곳 바로 옆에 셀프로 사진 찍을 수 있는 부스가 있다곤 하지만,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니 미리 사진을 찍어두자는 남편의 의견에 따라 아이들과 증명사진을 찍으러 갔다. 셀프 촬영 부스 가격이 20위안(4천 원 정도)이라고 들었는데 사진관에서 찍는 가격도 셀프와 같아서 조금 놀랐다. 사진관에서는 굉장히 열심히 찍어주시고 사진도 선택할 수 있게 해 주시고, 심지어 파일까지 무료로 보내주셨다. 원본 사이즈 파일과 우리가 주문한 2인치 사이즈 파일까지. 우리나라에서는 2만 원 내고 사진을 찍어도 파일을 받으려면 네이버 후기를 쓰든 추가금을 내든 해야 했는데, 4천 원에 파일까지 사이즈별로 주시다니. 대체 이곳의 인건비는 어떻게 책정이 되는 걸까. 오늘도 놀라울 따름이다.
사진관에 있는 두 명의 직원이 너무 친절하게 응대해 주셔서 맨날 입에 달고 사는 ‘씨에씨에’에 ‘너희 정말 친절하다’ 한 마디 덧붙였더니 내 기분이 더 좋았다. 중국에 오기 전에 중국어 학원을 석 달쯤 다니다가, 한국에서의 소중한 시간을 빼앗기는 것 같아 그만두었다. 그랬더니 두어 달 쉬는 동안 배운 것들을 그새 다 까먹은 느낌이었는데, 여기 와서 매일 복습했더니 기억이 새록새록. 게다 어쨌거나 매일 중국어 환경에 노출되다 보니 때려 맞출 수 있는 눈치도 조금씩 늘고 있어서 약간 신나는 마음이다. 재이가 학교에서 중국어 수업이 한 시간 있다고 해서 재이랑 같이 공부하면 되겠구나 싶어 설레기도 한다. (그래도 내가 엄마인데, 내가 잘해야 면이 서니까 재이 몰래 공부를 열심히 해볼 작정이다.)
개학하기 전 마지막 주말이라 아이들과 재미있게 보내기 위해 무얼 하면 좋을지 열심히 검색을 했다. 나오는 거라곤 어제 간 옥수수 빌딩과 얼치광장 뿐. 사실 오늘 얼치광장을 가려고 했는데, 날씨가 너무 더워서 지칠 것 같아 좀 선선해지면 가기로 미뤘다. 그러고 나니 정말 할 게 없었다. 공연이나 연극 같은 건 무슨 말인지 모르니 패스, 박물관도 까막눈이라 감흥이 덜 할 것 같아 패스, 키즈 카페는 갔다가 혹시라도 아프면 안 되니 패스, 아쿠아리움은 쓸데없이 비싸기만 하니까 패스, 동물원은 더우니까 패스…
그러다 찾은 게 정저우에서 가장 맛있다는 양꼬치집. 양꼬치는 아이들도 좋아하는 메뉴라서 보는 순간 이거다 싶었다. 새로운 동네에 가서 저녁으로 양꼬치를 먹고 산책하는 걸 오늘의 계획으로 결정!
남편이랑 머리를 맞대고 메뉴를 고르면 시간이 꽤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매우 친절한 직원이 수시로 와서 필요한 게 없는지 살펴주고 우리가 주문한 메뉴에 대해 설명해 줘서 수월하게 주문을 할 수 있었다. 보통 숯불을 넣어주는 우리나라 양꼬치집과는 달리 이곳에서는 불이 전기(?)로 들어오는 진화된 방식을 사용하고 있었다. 은근하게 퍼지는 화력이 너무 좋아서 얼굴까지 뜨끈뜨끈 하게 익을 것 같단 느낌이 드는 순간, 직원이 패치를 가져다주며 이마에 붙이면 덜 뜨거울 거라고 했다. 아이들 열날 때 붙여주던 냉각 패치를 내 이마에 붙이는 날이 오다니, 신선하고 재미난 충격이었다.
양꼬치, 새우, 옥수수, 버섯, 어묵, 소시지, 이름 모를 생선들까지. 불에 굽는 모든 것들이 다 맛있었다. 여기는 직원이 고기를 구워주는데 딱 맛있는 굽기로 구워지면 알아서 빼주니까 우리는 가만히 앉아 최상의 맛을 즐기기만 하면 됐다. 그동안 나는 쯔란을 찍어 먹는 맛으로 양꼬치를 먹었는데 여기는 고기 자체에 시즈닝이 되어 있어서 그냥 먹어도 맛이 좋았다. 새우도 먹기 좋게 몸통 부분 껍질이 벗겨져 있고 양념도 맛있어서 새우 좋아하는 시안이가 계속 시켜달라고 해서 여러 번 주문했다.
맛있게 구워진 새우를 보니 새우 좋아하는 우리 아빠 생각이 나서 문자를 보냈다. 나중에 정저우에 오시면 꼭 같이 먹으러 오자고. ‘그래 맛나게 먹고 즐겁게 생활하렴 아버지 마음이 부드럽고 평안하다 고맙다.‘ 아빠의 답장을 받고 마음에 힘이 났다. 내가 이곳에 와서 씩씩하게 잘 지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안도하고 있을 여러 얼굴들이 떠올랐다.
이렇게 잘 지내고 있는 나에게, 나도 정말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