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상대방을 보고 공을 받을 수 있게 던지라고!

아이들은 학교에서 무엇을 배울까

by 달려라토끼

배려: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씀. <네이버 국어사전>


학급에서 늘 하는 말이 있다.

배려해서 모둠 활동 하는 거야.

서로를 배려해서 자신의 역할을 정해야 해.

배려하는 태도로 학교 생활을 합시다.

서로 배려하면서 다녀


이런 말들, 배려가 잔소리할 때 가장 많이 쓰이는 말이다.

근데 국어사전의 배려와 내가 사용하고 있는 배려의 의미가 다소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사용하는 배려는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라, 다른 사람을 생각하면서 불편하지 않게 해라, 혼자만의 생각으로 고집부리지 마라 이런 뜻이었는데 국어 사전의 의미랑 다른 것 같았다.


그래서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다에서 보살피다라는 말을 다시 찾아보았다.


보살피다: 정성을 기울여 보호하며 돕다, 이리저리 보아서 살피다, 일 따위를 관심을 가지고 관리하거나 맡아서 하다 <네이버 국어사전>


배려는 다른 사람을 도우며 상황을 판단해 살피고 다른 사람을 위해 행동하라는 뜻이었다.


코로나 시기를 지나고 맞이한 아이들은 상대방과 나와의 관계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능력이 많이 부족해 보였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행동을 하지 남의 상황을 고려하여 나의 행동을 결정하는 모습을 보기 힘들었다.

모둠 활동도 같이 찾아보고 협력하기보다는 서로의 역할을 정확하게 나누어 각자의 할 일을 하고 마지막에 합치기만 할 뿐이고 심지어 체육 시간에도 자기가 앞으로 뛰어가기만 할 뿐이지 앞에 어떤 아이가 어떻게 있는지 전혀 보고 있지 않아 부딪쳐 넘어지기 일쑤였다.

처음에는 어이없게 서로 부딪쳐 넘어지는 아이들이 이상했다. 얘들은 도대체 왜 서로를 안 보고 뻔한 상황에서 그냥 부딪치기만 하는 걸까… 얼마 시간이 지나자 그 이유를 바로 깨달았다.

아이들은 서로를 머릿 속에 담아 두지 않고 오로지 나만 생각하고 뛰고 있었다.


요즘 체육 시간에 티볼을 가르친다.

티볼 같은 단체 운동도 역시 운동 능력이 뛰어난 애들이 잘 하기 마련인데 이상한 건 발야구보다 더 수비를 못한다는 사실이다. 운동 능력이 좋은 아이들도 말이다. 물론 공의 크기 때문에 공을 받아 아웃 시키는 일이 힘들기도 하지만 문제는 상대방에게 공을 던질 때 상대방이 공을 받을 수 있도록 던져 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 생각 대로 얼른 아웃 시키고자 하는 마음에 있는 힘껏 공을 던진다는 데 있다. 그 이후부터는 티볼 수업 하기 전에 제일 먼저 강조한다. 제발 상대방을 보고 공을 받을 수 있게 던지라고, 그렇게 여러 번 강조하다보니 이제는 공을 잡아 아웃을 만드는 일이 한결 수월해졌다.


학교 교육은 중요하다. 단순한 지식을 학습 하는 일이라면(뭐 그것도 학교 수업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생각하지만) 몰라도 우리가 사회에 적응하는 한 인간을 키워내는 것이 목적이라면 학교는 한 아이에게 너무도 중요한 공간이다. 서로를 이해하고 나의 행동도 다른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받아 적절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나의 생각과 나의 행동도 나 혼자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사람들과 상황을 고려해 모두에게 불편을 주지 않는 선에서 결정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아이들을 성장시키는 일은 중요하다.

작가의 이전글들어주는 사람이 있을 때만 말을 잘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