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아르코창작기금선정작
예컨대 내 입술이
찢어진 지느러미 같다는 생각,
채광을 자주 바꾸었다 채광이 한 번 바뀔 때마다 시선이 조금 틀어졌다 틀어진 시선에서 가장 잘 굴절하는 남자와 놀았다 남자가 한 번 바뀔 때마다 색이 바뀌었다 색이 바뀔 때마다 그 색에 가장 잘 번지는 남자와 놀았다 캄캄하도록 놀았다 캄캄하면 모든 색은 다 비릿하다 비릿함에 내성을 흐느적거리며 놀았다 한 번 흐느적거릴 때마다 조류가 뒤바뀌었다 조류가 한 번 뒤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비위 때문에 구토가 났다 구토를 안 삼키려고 부러 목구멍을 열어놓고 놀았다 생존을 장악하는 슬픔 속에서 아래턱을 덜덜 떨며 놀았다 차가운 햇살 속에서 공명하는 이질감을 데리고 놀았다 점점 팽팽해지는 그늘의 부력으로 뻐끔뻐끔 내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