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층에 사는 할아버지는 오분도 넘게 엘리베이터를 붙잡고 인상 좋은 노신사와 실랑이를 한다.
“안녕하세요. 어르신, 이제 그만 들어가셔야죠.”
경비 아저씨의 깍듯한 인사에
“예, 예, 그래야지요.”
그제야 엘리베이터 버튼에서 손을 떼며 거울 속에 비친 자신에게 한마디 한다.
“아이고… 내리라니까… 참 말을 안 듣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지 않는 사람이 걱정되고 안쓰러운 할아버지와 그 할아버지가 안타까운 사람들.삼십 년을 넘게 한 집에서 산 할아버지를 모르는 동네 사람은 없었다.
젊은 시절 기자셨고 아파트에서 도움 받은 어르신들이 많아서 사람들은 '회장님'이라 불렀다.
재작년 여름까지만 해도 삼층 할아버지는 페인트 칠이 다 벗겨진 오래된 자전거를 타고 외출을 하셨다.
'삐걱- 삐걱- ' 소리는 나지만 젊은 시절 출퇴근을 함께 했던 자전거라 아들이 선물한 새 자전거는 세워두고 꼭 자전거만 타고 다니셨다. 아들은 위험한 자전거만 타고 다니니 할 수 없이 고물 자전거를 고장 난 자전거로 만들었고, 거짓말처럼 어느 날인가 할아버지도 고장 나 버렸다. 할아버지는 아는지 모르는지 굴러가지도 않는 자전거 안장을 하루에도 몇 번씩 비닐로 싸매고 풀고 하는 일을 반복하며 그 어느 날엔가 머물러 있었다. 엄마는 삼층 할아버지를 볼 때마다 친정아버지가 생각난다면서 안타까워했다.
"저리 되면 안 되는데- 안되는데-"
*
회장 할아버지는 작년 따뜻한 봄이 찾아오기 전, 하늘로 가셨다.
이제 엘리베이터는 일층에 오랫동안 멈추어 있을 일은 없다. 오늘도 일층과 십 층을 정신없이 오가며 제 할 일을 한다. 그리고 거미줄로 뒤엉킨 주인 없는 낡은 자전거만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 자리에 멈추어 할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