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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그루 Dec 21. 2023

만두 시집살이가 끝났다

  “오늘 무슨 날이야?”

   집 안이 만두 찌는 냄새로 가득하다.

   시부모님 고향 이덕에(?) 엄마는 명절뿐 아니라 가족 행사 때마다 만두를 빚었다.


  외삼촌의 절친이었던 아빠는, 친구를 만난다는 핑계로  하루가 멀다 하고 엄마 집에 찾아왔다고 했다. 가난한 집의 장남이었지만 성실하고 착실해 보였다는 게 엄마가 아빠를 선택한 이유였다. 결혼을 한다고 남자친구 집에 첫인사를 갔을 때 맛있게 먹었던 만두는 결혼과 동시에 맏며느리인 엄마의 몫이 되었다.

<엄마표 만두>

  “행사가 있으면  전날 종일 쪼그리고 앉아서 만두를 만들었어. 그때는 만두피도 밀가루 반죽을 해서 정종병(술병)으로 밀고…. 먹기는 편한데 일이 좀 많아? 너희 할머니는 꼼짝도 안 하고 앉아서 만두를 빚는데 난 허리도 아프고 발도 저리고….”


  가족들이 먹을 어마어마한 만두소를 만들어놓고 기다리고 있는 시어머니와 눈이 마주칠 때면 '이게 시집살이구나.' 생각이 들었었노라 고백했다. 내용물이 꽉 찬 어른 손바닥만 한 만두를 만들고 나면 정작 본인은 질려서 먹지도 못했다며 지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냈다. 처음 만두를 만들었을 땐 만두가 다 터졌는데 그 만두는 고모들이 오기 전에 아빠가 먹어주었다고 했다.


  친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엄마는 만두 지옥에서 해방되었고, 한동안 엄마는 만두를 빚지 않았다.

  세월이 지나고 나니 가끔은 그때가 생각난다며 폭풍 흡입을 하고 있는 사위와 손주들에게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갓 쪄낸 만두를 계속 내어온다.

  “너희 할머니도 이런 마음이었을 텐데…. 그때는 나도 어려서 철이 없었지. "


  엄마표 만두를 한 입 깨물자 뜨거운 김이 훅 뿜어져 나온다. 두꺼운 만두피, 꽉 찬 만두소도 어릴 때 할머니집에서 먹었던 그 맛이다.  


  오랜만에 우리 집  만두를 먹고 한 해를 마무리한다. 그리고  시작!


#이북만두 #엄마표만두 #가족행사는무조건만두 #시집살이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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