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파리 한국어 교사입니다_문화
지난 학기부터 우크라이나 학생들이 수업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에서 한국어과, 한국학과 등에서 공부를 하다가 전쟁으로 인해 프랑스까지 오게 된 학생들이다. 항상 맨 뒤에 앉아 조용히 수업만 듣고 나가는 학생들. 알렉산드라도 그 중 한 명이었다.
겨울 방학이 지나고 새학기도 절반을 넘어선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으려나 궁금해하며 강의실에 들어서는데 누군가 ‘선생님!’하고 부른다. 알렉산드라와 스테파니, 그리고 이녜스였다. 하마터면 못 알아볼 뻔했다. 알렉산드라가 이렇게 활짝 웃고 있다니. 어느새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학교에도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았다. 파리에 온 봄과 함께 알렉산드라에게도 봄이 다시 찾아온걸까.
특히 이 세 학생의 한국어가 1학년의 실력이라는 것을 믿기 힘들 정도로 많이 늘어있었다. 그들의 대화를 잘 (엿)들어보니,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 쓴다. 알렉산드라는 불어를 잘 못하고, 나머지 친구들은 우크라이나어나 러시아어를 몰라 그들의 공통언어는 자연스럽게 영어와 한국어(!)가 되었던 것이다.
전쟁의 피해로 예상치 못하게 언어도 문화도 잘 모르는 낯선 땅으로 오게 된 우크라이나 학생들. 한국어라는 도구를 통해 한국어를 사용하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그렇게 정착과 적응을 해 나가는 학생들을 보며 결국 언어는 ‘사람의 말’이라는 당연한 명제를 다시 한번 깨닫는다. 한국어를 전공한 우크라이나 학생이 프랑스 대학 한국학과에 들어와, 한국어를 전공하는 프랑스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게 될지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우크라이나 전쟁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고 푸틴은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을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것처럼…